나를 지치게 하는 것들로부터 잠시 로그아웃 할 용기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눈을 뜹니다.
몸은 천근만근인데, 머릿속은 벌써 오늘 해야 할 일들로 쌩쌩 돌아갑니다.

간신히 몸을 일으킵니다.
씻는 둥 마는 둥 하고,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는 아침을 억지로 삼킵니다.
습관처럼 현관문을 나서는 발걸음이 오늘따라 유난히 무겁습니다.

지하철 창문에 비친 내 얼굴이 참 낯섭니다.
웃는 것도, 우는 것도 아닌 텅 빈 표정.
흔들리는 사람들 틈에 끼어 있다 보면,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잠시 잊어버리곤 합니다.

회사에서는 또 가면을 씁니다.
괜찮은 척, 아무렇지 않은 척, 모든 것을 감당할 수 있는 척.
쉴 새 없이 울리는 메신저 알림과 답장을 기다리는 메일들.
누군가의 기대를 채우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하루 종일 뛰어다닙니다.

퇴근 후 집에 돌아오면 모든 긴장이 한꺼번에 무너져 내립니다.
옷도 갈아입지 못한 채 소파에 쓰러지듯 눕습니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조차 남아있지 않습니다.

깜깜한 방 안, 유일한 빛은 손에 쥔 핸드폰 액정뿐입니다.
의미 없는 영상들을 넘기고, 나와는 아무 상관없는 다른 사람들의 반짝이는 일상만 하염없이 들여다봅니다.
잠시라도 머릿속을 비우고 싶어서. 지금의 나를 잊고 싶어서.

분명 쉬고 있는데, 마음은 왜 더 복잡하고 불안할까요.
잠들기 위해 누운 침대 위에서는 오늘 실수했던 일, 내일 걱정되는 일들이 낡은 필름처럼 하염없이 돌아갑니다.
‘이렇게 하루가 또 가는구나. 내일도 오늘과 똑같겠지.’

마음 한구석에서 작은 목소리가 속삭입니다.
‘이제 정말 한계야. 다 그만두고 싶어.’
온 세상의 소음으로부터 나를 차단하는 로그아웃 버튼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항상 켜져 있는 전원 버튼

우리 마음속에는 꺼지지 않는 전원 버튼이 하나 있는 것 같습니다.

몸은 분명 소파에 누워 쉬고 있는데,
머릿속은 여전히 오늘 있었던 회의 내용을 곱씹고 있습니다.

이불 속에 편안히 누워 있는데도,
아까 동료에게 무심코 뱉었던 한 마디가 마음에 걸려 잠 못 이룹니다.

재미있는 예능 프로그램을 보며 잠시 웃어보지만,
그 웃음이 끝나기 무섭게 ‘아, 내일 아침 보고서 마감인데’ 하는 생각이 스멀스멀 피어오릅니다.

우리는 이것을 멀티태스킹, 즉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처리하는 능력이라고 배웠습니다.
하지만 마음의 멀티태스킹은 우리를 제대로 쉬지 못하게 만드는 주범일지도 모릅니다.

마치 수십 개의 인터넷 창을 한꺼번에 띄워놓은 컴퓨터 같죠.
속도는 점점 느려지고, 알 수 없는 오류가 자꾸만 생깁니다.
마음의 에너지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계속 소모되고 있는 겁니다.

몸의 휴식과 마음의 휴식은 그래서 다릅니다.
몸은 가만히 있어도, 마음은 과거와 미래를 쉴 새 없이 오가며 일하고 있으니까요.

이 마음의 전원 버튼은 우리가 잠든 사이에도 완전히 꺼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8시간을 꼬박 자고 일어나도 개운하지 않고,
주말 내내 쉬었는데도 월요일 아침이 두려운 것이죠.

우리가 진짜 지친 건 어쩌면 몸이 아니라,
단 한 순간도 제대로 꺼진 적 없는 마음의 전원 버튼 때문일 겁니다.

계속 켜져 있는 컴퓨터는 언젠가 과열되어 고장 나고 맙니다.
우리 마음도 마찬가지입니다.

뜨거워진 마음을 식혀줄 시간이, 잠시 멈춤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의식적으로라도 전원 버튼을 잠시 꺼두는 시간 말이에요.

그게 바로 ‘로그아웃’입니다.

해야 할 일 목록이 아닌, 내 마음의 소리에 집중하는 시간.
누군가의 평가가 아닌, 나의 감정을 솔직하게 들여다보는 시간.
과거에 대한 후회나 미래에 대한 불안이 아닌, 오롯이 지금 여기에 머무는 시간입니다.

괜찮은 척 연기하는 나

우리는 매일 연기를 하며 살아갑니다.
‘괜찮은 나’를 연기하죠.

힘들지 않은 척, 아무렇지 않은 척.
척척 일을 해내는 유능한 사람인 척.
모든 관계를 원만하게 이끌어가는 좋은 사람인 척.

이 연기는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합니다.
마치 무거운 갑옷을 입고 하루 종일 버티는 것과 같거든요.

다른 사람의 시선이라는 갑옷,
사회적인 기대라는 갑옷,
스스로 만든 ‘이 정도는 해야지’라는 기준의 갑옷.

갑옷이 무거울수록 우리는 점점 더 깊이 지쳐갑니다.
내 진짜 모습은 갑옷 깊숙한 곳에 숨어 버리고, 어느새 연기하는 내가 진짜 나인 것처럼 착각하게 되기도 합니다.

문득 이 갑옷을 벗어 던지고 싶다는 충동이 일어납니다.

“나 사실 너무 힘들어요.”
“이건 제 능력 밖의 일인 것 같아요.”
“오늘은 그냥 아무하고도 말하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그 솔직한 말 한마디가 불러올 파장이 두려워,
우리는 다시 갑옷의 끈을 단단히 조여맵니다.

미움받고 싶지 않아서.
무능하게 보이고 싶지 않아서.
관계를 망치고 싶지 않아서.

그렇게 괜찮은 척하는 연기가 길어질수록, 우리는 자기 자신과 점점 멀어집니다.
내가 정말 무엇을 원하는지, 지금 내 기분이 어떤지조차 희미해지고 맙니다.

로그아웃 할 용기는, 바로 이 무거운 갑옷을 잠시 내려놓는 용기입니다.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일 필요는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용기.
때로는 거절하고, 때로는 누군가를 실망시킬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용기입니다.

연기하는 내가 아니라, 진짜 내 모습으로 잠시 숨 쉴 수 있는 시간을 허락하는 것.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다시 걸어갈 힘을 조금이나마 얻을 수 있습니다.

핸드폰 화면 속에 숨어버리고 싶을 때

하루의 끝, 우리에게 남은 마지막 에너지를 쏟는 곳은 어디인가요.
아마 많은 분들이 깜깜한 방 안, 작은 핸드폰 화면 속일 겁니다.

다른 사람의 행복하고 반짝이는 일상을 봅니다.
맛집에 가고, 멋진 곳으로 여행을 떠나고, 사랑하는 사람과 웃고 있는 모습들.
스크롤을 내릴수록 내 삶은 초라해지고, 마음 한구석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자극적인 뉴스 기사나, 끊임없이 이어지는 가십거리를 읽습니다.
세상에는 이렇게나 많은 사건 사고와 문제들이 있구나.
잠시 나의 고민이 하찮게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지만, 이내 마음은 더 시끄럽고 불안해집니다.

핸드폰은 우리를 세상과 연결해주는 편리한 창이지만,
때로는 세상의 모든 소음이 한꺼번에 쏟아져 들어오는 통로가 되기도 합니다.

우리는 휴식을 위해 핸드폰을 들었지만,
실은 더 많은 감정 노동과 정보의 홍수 속으로 스스로를 밀어 넣고 있는 셈입니다.

새로운 정보를 처리하고, 다른 사람의 감정에 공감하고, 내 처지와 비교하고,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이 모든 과정이 보이지 않는 에너지를 계속해서 빼앗아갑니다.
마치 구멍 난 항아리에 끊임없이 물을 붓는 것처럼요.

어쩌면 진짜 로그아웃은, 이 작은 화면으로부터의 로그아웃일지도 모릅니다.
세상의 소음을 잠시 멈추고, 오직 내 안의 소리에만 귀 기울이는 시간.

알림이 울리지 않는 고요함 속에서, 비로소 우리는 진짜 ‘나’를 만날 수 있습니다.

지금 당장 핸드폰을 멀리 던져버리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저 10분, 아니 5분이라도 좋습니다.
의식적으로 핸드폰을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잠시 놓아두는 겁니다.

그리고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거나,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는 시간을 가져보는 거예요.
처음에는 허전하고 불안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 짧은 단절의 시간이, 방전된 우리 마음의 배터리를 조금씩 채워주는 가장 귀한 충전의 시간이 될 수 있습니다.

잠시 멈추면 뒤처질 것 같은 두려움

우리는 마치 멈출 수 없는 컨베이어 벨트 위에 서 있는 것 같습니다.
잠시라도 발걸음을 늦추면, 벨트 끝으로 떨어져 낙오될 것 같은 불안감에 휩싸입니다.

‘나만 빼고 모두가 앞으로 나아가는 것 같아.’

이 생각은 우리를 끊임없이 채찍질합니다.
더 열심히, 더 빨리, 더 완벽하게.

쉬는 것은 곧 뒤처지는 것이라는 암묵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 우리는 휴식조차 죄책감을 느끼며 해야 합니다.

주말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 있으면,
‘이렇게 시간을 낭비해도 괜찮은 걸까?’ 하는 불안이 어김없이 찾아옵니다.
여행을 가서도 밀린 업무 메일을 확인해야 겨우 마음이 놓입니다.

우리는 왜 이렇게 멈추는 것을 두려워하게 됐을까요?
어쩌면 우리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하는 나’로만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왔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성과를 내는 나, 목표를 달성하는 나, 무언가에 기여하는 나.
그래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그냥 존재하는 나’의 모습이 어색하고 불안한 것이죠.

하지만 인생은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긴 마라톤입니다.
쉼 없이 달리기만 하는 선수는 결승선에 닿을 수 없습니다.
중간중간 물을 마시며 호흡을 골라야만 완주할 수 있죠.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로그아웃’은, 바로 이 마라톤의 급수대와 같습니다.
뒤처지기 위해 멈추는 것이 아닙니다.
더 멀리, 더 건강하게 나아가기 위해 잠시 멈추는 것입니다.

사실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나에게 큰 관심이 없습니다.
내가 하루 이틀 쉰다고 해서 세상이 무너지거나, 나의 자리가 영원히 사라지는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 거대한 두려움은 어쩌면 내가 스스로 만들어낸 허상일지도 모릅니다.

진짜 용기는, 그 두려움의 실체를 마주하고 기꺼이 멈춤의 시간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뒤처짐’이 아니라 ‘재정비’라고, 그 시간의 의미를 스스로 다시 새겨주는 것입니다.

내 마음의 배터리는 얼마나 남았을까

핸드폰 배터리가 10% 미만으로 떨어지면, 우리는 불안해하며 충전기를 찾습니다.
배터리가 0%가 되어 꺼져버리면 얼마나 불편하고 막막할지 잘 알기 때문이죠.

그런데 우리는 우리 마음의 배터리 잔량은 얼마나 자주 확인하고 있을까요?

만약 마음의 배터리도 눈에 보인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초록색, 주황색, 그리고 위험을 알리는 빨간색으로 표시된다면요.
아마 우리는 빨간불이 켜지기 전에 서둘러 충전하려 애쓸 겁니다.

하지만 마음의 배터리는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방전되기 직전까지, 혹은 완전히 방전되어 모든 것이 멈춘 후에야 문제를 알아차리곤 합니다.

아침에 눈뜨기가 유난히 힘들 때.
사소한 일에도 짜증이 왈칵 솟구칠 때.
평소에 좋아하던 일들이 아무런 감흥을 주지 못할 때.
어떤 음식을 먹어도 모래를 씹는 것처럼 아무 맛이 느껴지지 않을 때.

이 모든 것이 마음의 배터리가 거의 다 닳았다는 위험 신호입니다.
몸이 보내는 마지막 경고등이죠.

하지만 우리는 ‘이 또한 지나가리라’, ‘정신력으로 버티면 돼’ 같은 말들로 이 신호들을 애써 무시하며 스스로를 다그칩니다.
그러나 방전된 기계에 계속해서 작동을 요구하면 결국 고장 나고 마는 법입니다.

우리 마음도 똑같습니다.

로그아웃은 내 마음의 배터리 잔량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아, 지금 내 마음 배터리가 5%밖에 남지 않았구나.’
‘이대로 가다간 정말 큰일 나겠구나.’

이 사실을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변화는 시작됩니다.
더 이상 나를 몰아세우지 않고, 나에게 충전할 시간을 내어줄 분명한 이유가 생기는 것이니까요.

다른 사람의 기대나 사회의 기준이 아니라,
오직 나의 상태를 기준으로 멈춤을 결정하는 것.
그것이 나를 지키는 가장 현명하고 용감한 방법입니다.

아주 작은 로그아웃 연습

로그아웃이라고 해서 너무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회사를 그만두거나, 모든 인간관계를 끊고 훌쩍 여행을 떠나는 것만이 로그아웃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런 큰 결정은 더 큰 불안과 스트레스를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일상 속에서 할 수 있는 ‘아주 작은 로그아웃’ 연습입니다.
마치 틈틈이 굳어있는 몸을 풀어주는 스트레칭처럼 말이죠.

점심시간, 혼자 밥을 먹게 된 날이 있다면 핸드폰을 보는 대신 창밖 풍경을 가만히 바라보는 것.
이것이 10분짜리 로그아웃입니다.

퇴근하는 지하철 안에서 이어폰을 잠시 빼고 눈을 감은 채 내 숨소리에 집중해보는 것.
이것이 5분짜리 로그아웃입니다.

잠들기 전, 걱정거리 대신 오늘 있었던 아주 사소하고 좋았던 일을 하나 떠올려보는 것. ‘오늘 마신 커피가 유난히 향기로웠다’ 처럼요.
이것이 1분짜리 로그아웃입니다.

샤워를 할 때 물줄기가 내 몸에 닿는 감각에만 온전히 집중해보는 것.
양치질을 할 때 칫솔의 움직임과 치약의 향을 느껴보는 것.
이 모든 것이 아주 훌륭한 로그아웃 연습이 될 수 있습니다.

핵심은 ‘지금, 여기’에 머무는 것입니다.
과거에 대한 후회나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흩어져 있는 나의 의식을, 현재의 감각으로 잠시 데려오는 것이죠.

이 작은 로그아웃들이 모여 우리 마음에 쉴 틈을 만들어 줍니다.
꺼지지 않던 전원 버튼의 온도를 아주 조금씩, 하지만 분명하게 낮춰주는 효과를 가져옵니다.

모든 큰 변화는 언제나 아주 작은 시도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오늘 당장, 당신만의 아주 작은 로그아웃을 하나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요?

세상은 나 없이도 잘 돌아간다는 진실

우리는 종종 ‘나 없으면 안 돼’라는 생각에 사로잡힙니다.

내가 없으면 이 프로젝트는 엉망이 될 거야.
내가 빠지면 우리 팀 분위기가 나빠질 거야.
내가 신경 쓰지 않으면 우리 가족에게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몰라.

이 책임감과 사명감은 우리를 성실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우리를 옴짝달싹 못하게 만드는 무거운 족쇄가 되기도 합니다.
모든 짐을 혼자 짊어지려다 보니, 어깨는 점점 더 무거워지고 숨은 턱까지 차오릅니다.

하지만 조금 냉정하게, 그리고 솔직하게 한번 생각해볼까요?
정말로 나 없으면 세상이 멈출까요?

내가 하루 휴가를 낸다고 해서 회사가 망하지 않습니다.
내가 오늘 모임에 빠진다고 해서 그들이 나를 영원히 잊지는 않을 겁니다.
내가 잠시 나만의 시간을 갖는다고 해서 가족들이 불행해지는 것도 아닙니다.

세상은, 그리고 내 주변 사람들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합니다.
나 없이도 어떻게든 각자의 방법으로 잘 살아갑니다.

이 사실을 깨닫는 것은 처음에는 조금 섭섭할지 모릅니다.
‘내가 그렇게까지 중요한 존재는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에 허탈할 수도 있죠.

하지만 이내 아주 커다란 해방감을 느끼게 될 겁니다.
내가 짊어지고 있던 세상의 무게가 사실은 내가 만든 환상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니까요.

‘나 없으면 안 돼’라는 생각에서 벗어나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자유를 얻습니다.

다른 사람을 챙기느라 돌보지 못했던 내 마음을 들여다볼 여유.
세상의 중심에서 잠시 비켜나, 나만의 시간을 가질 권리.

이것은 결코 이기적인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나를 건강하게 지켜내야, 다시 세상 속으로 돌아갔을 때 다른 사람들에게도 건강한 에너지를 나눠줄 수 있습니다.

세상은 나 없이도 잘 돌아갑니다.
그러니 안심하고, 잠시 로그아웃해도 괜찮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용기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굉장히 어색해하고 두려워합니다.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야 한다는 강박, 무언가 생산적인 일을 해야만 가치 있다는 믿음 때문입니다.

그래서 쉬는 시간에도 무언가를 ‘해야만’ 합니다.
책을 읽거나, 운동을 하거나, 어학 공부를 하거나, 하다못해 밀린 드라마라도 봐야 합니다.

가만히,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간을 보내는 것은 왠지 모를 죄책감과 불안감을 불러일으킵니다.
‘이렇게 시간을 버려도 되는 걸까?’

하지만 우리의 마음과 뇌에도 여백, 즉 ‘빈 공간’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컴퓨터의 휴지통을 비우고 불필요한 파일을 정리해야 속도가 빨라지는 것처럼, 우리 마음도 텅 비어있는 시간을 통해 스스로를 정리하고 회복합니다.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는 시간.
아무 생각 없이 구름이 흘러가는 것을 보는 시간.

이런 ‘비어있는’ 시간 동안, 우리 내면에서는 아주 중요한 일들이 일어납니다.
복잡하게 엉켜있던 생각의 실타래가 저절로 풀리기도 하고, 그동안 떠오르지 않았던 좋은 아이디어가 불쑥 튀어나오기도 하죠.
무엇보다, 끊임없이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벗어나 진정한 이완과 휴식을 경험하게 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용기는, 곧 나 자신을 믿어주는 용기입니다.
내가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나의 가치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믿음.
내가 잠시 멈춰 있어도 내 인생이 끝나는 것은 아니라는 믿음.

이 믿음이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진짜 쉼을 누릴 수 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음’은 결코 시간 낭비가 아닙니다.
오히려 나를 위한 가장 적극적인 치유 활동입니다.

이번 주말에는 딱 한 시간만이라도, 의도적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핸드폰도, TV도, 책도 없이 오직 당신 자신과 함께 고요히 머물러보는 겁니다.
분명 그 시간이 당신에게 아주 특별한 선물을 가져다줄 겁니다.

나를 위한 아주 사적인 시간 만들기

우리는 하루 동안 수많은 역할을 소화하며 살아갑니다.
누군가의 자녀, 누군가의 부모, 회사의 직원, 친구, 연인.
이 역할들 속에서 온전한 ‘나’ 자신으로 존재하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요?

나를 위한 아주 사적인 시간이란, 이 모든 역할의 옷을 잠시 벗어두고 오롯이 ‘나’라는 사람 하나로 존재하는 시간입니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시간이 아닙니다.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위한 멋진 활동일 필요도 없습니다.
오직 나만이 알고, 나만이 즐기는 지극히 개인적인 시간이죠.

예를 들면 이런 것들입니다.

아무도 없는 아침, 해가 뜨는 것을 보며 따뜻한 차 한잔을 마시는 15분.
좋아하는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누가 보든 말든 막춤을 추는 10분.
가사가 없는 연주곡을 들으며 공책에 의미 없는 낙서를 하는 시간.
사람 없는 공원 벤치에 앉아 나무 냄새를 맡고 바람을 느끼는 시간.
아주 좋아하는 향의 입욕제를 풀어놓고 느긋하게 목욕을 즐기는 시간.

이 시간 동안에는 그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가 없습니다.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평가에 대한 두려움도 없습니다.
그저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내 마음이 이끄는 대로 움직이면 그만입니다.

이런 사적인 시간은 우리 영혼의 숨구멍과도 같습니다.
이 숨구멍을 통해 우리는 답답한 일상에서 잠시 빠져나와 신선한 공기를 마실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소모된 에너지를 다시 채울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내가 진짜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할 때 행복한 사람인지 다시 발견하게 됩니다.

하루에 단 10분이라도 좋습니다.
당신만을 위한 아주 사적인 시간을 의식적으로 만들어보세요.
그 시간들이 쌓여, 어떤 상황에서도 나 자신을 잃지 않는 단단한 중심을 만들어 줄 겁니다.

다시 로그인할 때, 나는 조금 달라져 있을 거예요

로그아웃의 목적은 영원한 도피가 아닙니다.
세상과 나를 완전히 단절시키는 것이 최종 목표가 아니죠.
진정한 목적은, ‘더 나은 상태로 다시 로그인하기 위함’입니다.

충분한 휴식을 통해 에너지를 재충전하고,
나 자신과의 시간을 통해 내 마음을 더 깊이 이해하고,
불필요한 마음의 짐들을 내려놓은 채로 말이에요.

이전과 똑같은 세상, 똑같은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지만,
그것을 맞이하는 ‘나’는 분명 조금 달라져 있을 겁니다.

예전에는 모든 일에 예민하게 반응했다면,
이제는 조금 더 너그러운 마음으로 상황을 바라볼 수 있게 될지 모릅니다.
마음의 공간이 그만큼 넓어졌기 때문이죠.

예전에는 다른 사람의 시선에 얽매여 힘들어했다면,
이제는 ‘그럴 수도 있지’ 하고 가볍게 넘길 수 있는 힘이 생겼을지 모릅니다.
나 자신의 기준이 더 중요해졌기 때문이죠.

예전에는 무작정 열심히만 했다면,
이제는 무엇에 에너지를 쏟고 무엇을 흘려보내야 할지 구분하는 지혜가 생겼을 겁니다.
나의 한계를 인정하고 나를 보호하는 방법을 배웠기 때문이죠.

로그아웃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위한 준비 과정입니다.
더 건강하고, 더 단단해진 나로 다시 세상과 연결되기 위한 소중한 시간입니다.

그러니 잠시 로그아웃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잠시 멈춰 선 당신을 아무도 비난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용기 있는 멈춤이, 당신의 남은 인생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 줄 가장 큰 전환점이 될지도 모릅니다.

충분히 쉬고, 충분히 당신 자신을 돌봐주세요.
그리고 당신이 준비되었을 때, 세상은 언제나 그 자리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이전보다 한 뼘 더 성장한, 새로운 당신을 말이에요.

가을바람이 창문을 부드럽게 흔드는 저녁입니다.
어쩌면 우리의 마음에도 저런 창문 하나가 필요한지도 모르겠습니다.

세상의 온갖 소음과 요구들로 답답해진 마음의 방에,
신선한 공기를 불어넣어 줄 작은 창문 말입니다.

‘잠시 로그아웃 할 용기’는 그 창문을 여는 손잡이와 같습니다.
처음에는 조금 뻑뻑하고, 여는 것이 두려울 수도 있습니다.
창문을 열면 찬 바람이 들어와 감기에 걸릴까 봐, 혹은 소중한 무언가를 잃어버릴까 봐 걱정될 수도 있죠.

하지만 괜찮습니다.
잠시만 열어두는 겁니다.
방 안의 묵은 공기가 빠져나가고, 맑고 시원한 기운이 그 자리를 채울 수 있도록.

당신은 이미 너무나 오랫동안 애써왔습니다.
이제는 잠시 멈춰서, 그 창문을 열고, 깊게 숨을 쉴 자격이 충분합니다.

세상은 당신이 잠시 숨을 고르는 동안, 당신을 묵묵히 기다려 줄 겁니다.
그리고 다시 문을 열고 나설 때, 당신은 분명 더 가벼운 발걸음으로 세상을 마주하게 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