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이런 마음이 든 적 있나요?
친구가 새로 생긴 취미에 대해 신나서 이야기할 때, 맞장구는 치고 있지만 마음 한구석이 서늘해지는 기분. SNS를 넘기다 보면 모두가 무언가에 푹 빠져 멋지게 살아가는 것 같은데, 나만 멈춰있는 것 같은 기분 말이에요.
“요즘 뭐하고 지내세요?”, “쉬는 날엔 주로 뭘 하세요?”
이런 평범한 질문 앞에 갑자기 머릿속이 하얗게 변해버리는 순간. 무어라 대답은 해야겠는데, 정말로 좋아하는 게 딱히 떠오르지 않아 멋쩍게 웃어넘기곤 하죠.
마치 텅 빈 방 안에 홀로 앉아 있는 기분일 거예요. 무엇으로 이 방을 채워야 할지, 아니, 애초에 내가 어떤 색깔의 벽지를 좋아하고 어떤 모양의 의자를 원하는지조차 알 수 없는 막막함.
내가 뭘 좋아하는지 모르겠다는 말은, 단순히 취미가 없다는 뜻이 아니에요.
그건 어쩌면 세상의 속도에 맞추느라, 다른 사람의 기대에 부응하느라, 나 자신의 마음이 내는 작은 소리를 너무 오랫동안 듣지 못했다는 신호일지도 모릅니다.
괜찮아요. 지금 그런 마음이 드는 건 너무나 당연해요.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잠시 잊고 있었을 뿐이에요.
오늘은 다그치거나 정답을 찾으려 애쓰지 마세요. 그저 나와 함께 아주 조용히, 내 마음의 문을 두드려보는 시간을 가져봐요.
먼지가 뽀얗게 쌓인 마음의 다락방을 함께 정리하며, 그 안에 숨겨져 있던 보물들을 하나씩 찾아낼 수 있을 거예요.
아주 어릴 적, 빛나던 순간을 기억하나요
어른이 된 우리에게 어린 시절은 너무 멀게만 느껴지죠.
까마득한 옛날이야기 같고, 지금의 나와는 아무 상관없는 딴 세상의 일처럼 여겨질지도 몰라요.
하지만 우리 마음속에는 그때의 아이가 여전히 살고 있답니다.
세상의 수많은 ‘해야 할 일’과 ‘하면 좋은 일’의 무게에 짓눌리기 전, 오직 ‘하고 싶다’는 순수한 마음 하나로 하루를 꽉 채웠던 작은 아이 말이에요.
그 아이는 내가 무엇을 할 때 가장 빛나는지 알고 있는 유일한 증인이에요.
잠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볼까요?
아주 어릴 적, 당신은 무엇을 할 때 시간 가는 줄 몰랐나요?
엄마가 밥 먹으라고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할 만큼 푹 빠져 있던 놀이는 무엇이었나요?
새하얀 도화지에 온갖 색깔을 채워 넣는 일이었을까요?
아니면 흙과 나뭇가지를 모아 아무도 본 적 없는 새로운 성을 쌓는 일이었을까요?
책 속의 주인공이 되어 상상의 나래를 펼치던 조용한 시간이었나요?
동네 친구들과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도록 뛰어놀던 순간이었나요?
무엇이든 좋아요.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괜찮아요.
어른의 시선으로 ‘그건 그냥 애들 장난이잖아’라고 판단하지 말아 주세요.
그 행동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에요. 그 행동을 할 때 당신이 느꼈던 ‘감정’이 바로 우리가 찾아야 할 보물 지도랍니다.
그림을 그리는 행위가 좋았다면, 아마 당신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만들어내는 기쁨’을 사랑하는 사람일 거예요.
블록으로 성을 쌓는 게 좋았다면, 체계적으로 무언가를 구상하고 완성해나가는 ‘성취감’에서 에너지를 얻는 사람일 수 있고요.
혼자 책 읽는 것을 즐겼다면, 고요함 속에서 ‘깊이 파고드는 즐거움’을 아는 사람일지도 몰라요.
친구들과 뛰어노는 게 마냥 행복했다면, 다른 사람과 ‘연결되고 함께하는 활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겠죠.
잊고 있던 그 감정의 조각들을 하나씩 주워 모아보세요.
그 조각들이 모여 ‘나’라는 사람의 진짜 모습을 어렴풋이 보여줄 거예요.
오래된 앨범을 꺼내 먼지를 털어내듯, 그렇게 당신의 가장 순수했던 시절의 기억을 다정하게 들여다봐 주세요. 그곳에 모든 이야기의 시작이 숨어있을 테니까요.
싫다는 마음도 소중한 나침반이에요
우리는 늘 무엇을 좋아하는지에 대해서만 질문받고 살아왔어요.
‘좋아하는 것’을 찾아야만 인생이 풍요로워지고 행복해질 거라고 배웠죠. 그래서 ‘싫다’는 감정은 어쩐지 부정적이고, 말해서는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하지만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을 땐, 반대로 내가 무엇을 싫어하는지부터 살펴보는 것이 아주 좋은 길이 될 수 있답니다.
‘싫다’는 감정은 어둠 속에서 길을 밝혀주는 등대와 같아요.
어디로 가야 할지는 몰라도, 적어도 어디로 가면 안 되는지는 명확하게 알려주거든요.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길을 잃고 헤매는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어요.
한번 조용히 떠올려 볼까요?
당신은 어떤 순간에 마음이 불편하고, 에너지가 쭉 빠져나가는 느낌이 드나요?
어떤 종류의 대화를 할 때 빨리 이 자리를 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나요?
어떤 일을 하고 나면, 큰일을 해낸 보람보다 진이 빠져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나요?
예를 들어, 많은 사람이 모이는 시끄러운 술자리에서 유독 피곤함을 느낀다면, 당신은 아마도 조용하고 깊은 관계를 더 소중히 여기는 사람일 거예요.
결과보다는 과정을 즐기고 싶은데, 숫자로만 평가받는 일을 할 때마다 마음이 답답하다면, 당신은 효율성보다 의미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겠죠.
의미 없는 안부 문자를 여러 사람에게 보내는 일이 숙제처럼 느껴진다면, 당신은 형식적인 관계 맺음에 큰 에너지를 쓰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일 거고요.
이렇게 ‘싫다’고 느끼는 것들을 하나씩 지워나가다 보면, 신기하게도 ‘좋다’고 느끼는 것들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해요.
시끄러운 모임이 싫다는 건, ‘소수의 사람과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좋아한다는 뜻일 수 있어요.
숫자로 평가받는 일이 싫다는 건, ‘과정의 즐거움과 일의 의미’를 느끼는 것을 좋아한다는 뜻일 수 있죠.
이건 결코 까다롭거나 부정적인 게 아니에요. 오히려 나 자신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나의 에너지를 소중히 여기고 있다는 아주 건강한 신호랍니다.
‘좋아하는 것’이라는 밝은 면만 보려고 애쓰지 마세요.
‘싫어하는 것’이라는 그림자를 기꺼이 바라볼 때, 우리는 비로소 온전한 나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답니다. 당신의 그 불편한 마음은, 당신을 더 좋은 곳으로 이끌기 위해 보내는 소중한 신호등이에요.
나도 모르게 시선이 머무는 곳
혹시 누군가를 보며 까닭 모를 부러움을 느낀 적 있나요?
친구가 직접 만든 가구를 자랑할 때, 여행 유튜버가 낯선 나라의 골목을 탐험하는 영상을 볼 때, 아는 사람이 악기를 멋지게 연주하는 모습을 볼 때.
그 순간, 마음속에서 작게 피어오르는 ‘아, 좋겠다…’ 하는 그 느낌.
우리는 종종 그 감정을 ‘질투’나 ‘부러움’이라는 이름으로 덮어버리고 외면하려 해요. 왠지 내 모습이 초라하게 느껴지고, 마음이 못나 보이는 것 같아서요.
하지만 그 마음은 사실, 당신의 영혼이 보내는 아주 중요한 쪽지랍니다.
‘이봐, 나도 저런 걸 원하고 있어!’ 하고 말이죠.
그 부러움의 감정을 못 본 척 밀어내지 말고, 가만히 들여다봐 주세요. 정확히 어떤 지점이 당신의 마음을 건드렸나요?
친구가 만든 ‘가구’ 그 자체가 부러웠나요? 아니면 자신의 손으로 무언가를 뚝딱 ‘만들어내는 능력’이 부러웠나요?
유튜버가 방문한 ‘특정 나라’가 부러웠나요? 아니면 언제든 훌쩍 떠날 수 있는 ‘자유로움’이 부러웠나요?
아는 사람이 연주하는 ‘악기 소리’가 부러웠나요? 아니면 꾸준히 무언가를 연습해서 ‘마스터해내는 끈기’가 부러웠나요?
우리가 부러워하는 것은 대상 그 자체가 아니라, 그 대상에 담겨 있는 어떤 ‘가치’나 ‘상태’일 때가 많아요. 그 가치가 바로 당신이 마음 깊은 곳에서 갈망하고 있는 것일 수 있어요.
창조성, 자유, 성취감, 꾸준함, 용기, 여유…
나도 모르게 자꾸만 눈길이 가는 사람, 나도 모르게 ‘좋아요’를 누르고 저장하는 이미지들 속에는 당신이 잃어버렸거나, 아직 발견하지 못한 당신의 욕망이 숨어 있답니다.
그러니 이제부터 부러운 마음이 들 때, 스스로를 탓하지 마세요.
대신 ‘아, 내 마음이 지금 저런 걸 원하고 있구나. 알려줘서 고마워.’ 하고 신호를 알아차려 주세요.
그 부러움은 당신을 깎아내리는 돌멩이가 아니라, 당신이 나아갈 길을 알려주는 반짝이는 별똥별과 같아요. 그 별똥별이 떨어지는 방향을 유심히 살펴보세요.
당신이 정말로 원하는 삶의 풍경이 그곳에 그려져 있을지도 몰라요.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발길이 멈추는 곳
만약 당신에게 아무런 목적 없이, 시간제한도 없이 온전히 자유로운 하루가 주어진다면 어디로 가고 싶나요?
많은 사람들이 ‘서점’이나 ‘도서관’을 떠올리곤 해요. 그곳은 세상의 모든 이야기가 조용히 우리를 기다려주는 신비로운 공간이니까요.
자, 이제 당신이 그곳에 서 있다고 상상해 보세요. 반드시 책을 사거나 빌려야 한다는 의무감 없이, 그저 발길 닿는 대로 자유롭게 걸어보는 거예요.
수많은 책장이 끝없이 펼쳐져 있는 그곳에서, 당신의 발걸음은 어느 코너 앞에서 자연스럽게 멈추나요?
반짝이는 소설들이 모여 있는 문학 코너인가요?
먼 나라의 풍경이 담긴 여행 코너인가요?
맛있는 음식 사진으로 가득한 요리 코너인가요?
복잡한 세상을 분석하는 역사나 철학 코너일 수도 있겠죠. 아니면 아기자기한 그림과 함께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그림책 코너일 수도 있고요.
어떤 코너에 오래 머물렀는지, 어떤 책의 표지에 나도 모르게 손길이 갔는지 기억해 보세요.
그 책을 꼭 읽지 않아도 괜찮아요. 중요한 건 당신의 ‘마음’이 어떤 이야기에 끌리고 있는지 알아차리는 것이니까요.
여행 코너 앞에서 서성이고 있다면, 당신의 마음은 지금 ‘새로움’과 ‘모험’을 갈망하고 있는지도 몰라요. 일상에서 벗어나 낯선 공기를 마시고 싶은 마음의 표현일 수 있죠.
요리책을 뒤적이고 있다면, 단순히 배가 고픈 것이 아니라 내 손으로 직접 무언가를 만들어 소중한 사람들과 나누는 ‘따뜻함과 정성’을 그리워하는 것일 수 있어요.
심리학이나 철학책에 눈길이 간다면, 당신은 아마 ‘나’와 ‘세상’에 대한 깊은 이해를 통해 삶의 의미를 찾고 싶어 하는 지적인 탐험가일지 모릅니다.
우리의 무의식은 언제나 정직해요. 머리로는 생각하지 못했던 내면의 목소리를, 우리는 종종 이렇게 사소한 행동을 통해 발견하곤 한답니다.
서점은 단순히 지식을 얻는 공간이 아니에요. 그곳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 마음이 무엇을 향해 있는지 알려주는 거대한 지도가 펼쳐진 곳이랍니다.
다음 휴일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서점에 들러, 당신의 마음이 이끄는 대로 산책을 즐겨보는 건 어떨까요? 어떤 책의 제목이 당신을 부르는 소리에 가만히 귀 기울여 보세요.
돈과 시간 걱정이 없다면, 가장 하고 싶은 일
우리의 하루는 수많은 제약으로 가득 차 있어요.
‘돈을 벌어야 하니까’, ‘시간이 없으니까’, ‘다른 사람들이 이상하게 볼까 봐’, ‘이 나이에 시작하기엔 너무 늦었으니까’.
이런 현실적인 생각들은 우리가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상상할 기회조차 앗아가 버리곤 하죠.
그래서 이번에는 아주 과감하고 비현실적인 상상을 한번 해보려고 해요.
마치 동화 속 요정 할머니가 나타나 마법 지팡이를 휘둘러 준 것처럼, 당신에게 무한한 돈과 시간이 주어졌다고 생각해 보세요. 이제 당신은 아무것도 ‘해야 할’ 필요가 없어요. 오직 ‘하고 싶은’ 일만 할 수 있어요.
자, 눈을 감고 상상해 보세요. 내일 아침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무엇을 하고 싶나요?
세계 지도를 펼쳐놓고 아무 곳이나 찍어 훌쩍 떠나는 여행?
그동안 배우고 싶었지만 미뤄뒀던 악기나 외국어를 배우는 일?
아무도 없는 조용한 작업실에서 온종일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쓰는 일?
정원을 가꾸고, 직접 키운 채소로 정성껏 요리해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나눠 먹는 일?
아니면 그저 푹신한 소파에 누워 아무 생각 없이 좋아하는 영화를 하루 종일 보는 일?
이 상상을 할 때, ‘이게 무슨 도움이 되겠어?’ 라거나 ‘너무 비현실적이잖아’ 하는 마음의 브레이크를 잠시 풀어주세요.
이 질문의 핵심은 그 일을 ‘실제로 할 수 있느냐’가 아니에요. 그 상상만으로도 내 마음을 ‘설레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는 과정이랍니다.
만약 당신이 ‘세계 여행’을 떠올렸다면, 당신의 영혼은 ‘자유’와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일 수 있어요.
‘악기 배우기’를 떠올렸다면, ‘꾸준한 노력’을 통해 ‘성장’하고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것에서 기쁨을 느끼는 사람이겠죠.
‘정원 가꾸기’를 상상했다면, ‘생명을 돌보고’ ‘결실을 맺는 과정’ 그 자체에서 평온함을 얻는 사람일지 몰라요.
이런 터무니없는 상상은 현실의 벽에 가려져 있던 우리의 가장 순수한 욕망을 수면 위로 끌어올려 줍니다.
물론 당장 모든 것을 내던지고 떠날 수는 없겠죠. 하지만 내 마음이 ‘자유’를 원한다는 걸 알게 되면, 주말에 가까운 곳으로 훌쩍 당일치기 여행을 떠나보는 작은 시도를 할 수 있어요.
내 마음이 ‘창조’를 원한다는 걸 알게 되면, 작은 스케치북과 연필을 사서 생각나는 것을 끄적여보는 소박한 시작을 할 수 있고요.
가장 중요한 건, 내 마음이 어디를 향해 있는지 그 방향을 아는 것이니까요. 당신의 마음속 요정에게 한번 물어봐 주세요. “모든 것이 가능하다면, 넌 정말로 뭘 하고 싶니?” 하고 말이에요.
어린 아이에게 설명하듯 말해보기
누군가 당신에게 “뭘 좋아하세요?”라고 물었을 때, 우리는 왠지 그럴듯하고 멋있는 대답을 해야 할 것 같은 압박을 받아요.
‘독서’, ‘영화 감상’, ‘운동’… 마치 이력서 취미란에 적어 넣을 법한 단어들이죠. 하지만 이런 단어들은 너무 크고 막연해서, 내 진짜 마음을 담아내지 못할 때가 많아요.
그래서 이번에는 질문의 방식을 조금 바꿔볼게요.
다섯 살짜리 어린아이가 “이모(삼촌)는 뭘 할 때 제일 신나?” 하고 초롱초롱한 눈으로 묻는다고 상상해 보세요. 이 아이에게는 ‘자아실현’이나 ‘자기계발’ 같은 어려운 말을 쓸 수 없어요.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세상에서 가장 쉽고 솔직한 언어로 설명해주어야만 하죠.
자, 뭐라고 대답해 주시겠어요?
“나는 말이야, 푹신한 이불 속에서 뒹굴뒹굴하면서 재미있는 만화책 볼 때가 제일 좋아.”
“따끈따끈한 햇볕이 들어오는 창가에 앉아서 향긋한 커피 마실 때, 마음이 아주 편안해져.”
“아무도 없는 길을 혼자서 이어폰 끼고 노래 들으면서 걸을 때, 꼭 세상의 주인공이 된 것 같아.”
“뽀득뽀득 소리가 나게 깨끗하게 청소를 다 하고 나서, 깔끔해진 방을 보면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아.”
어떤가요? ‘독서’, ‘커피 마시기’, ‘산책’, ‘청소’라는 밋밋한 단어 속에 숨어 있던 구체적인 감정과 상황이 생생하게 그려지지 않나요?
어린아이에게 설명하듯 이야기하다 보면, 우리는 나도 모르게 꾸밈과 포장을 걷어내고 내 감정의 가장 본질적인 부분과 만나게 돼요. ‘왜’ 내가 그것을 좋아하는지가 명확해지는 거죠.
푹신한 이불 속 만화책이 좋은 이유는 ‘안전하고 아늑한 공간에서 누리는 완벽한 휴식’을 사랑하기 때문일 거예요.
창가의 커피가 좋은 이유는 ‘일상 속에서 발견하는 작은 여유와 평화’를 소중하게 생각하기 때문이겠죠.
혼자만의 산책이 좋은 이유는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는 온전한 자유와 몰입의 순간’을 즐기기 때문일 거고요.
깨끗해진 방을 볼 때 기분이 좋은 이유는 ‘내 힘으로 주변을 정돈하고 통제할 때 느끼는 성취감’을 좋아하기 때문일지도 몰라요.
이제 당신도 한번 해보세요. 당신이 아주 조금이라도 ‘이건 좀 괜찮은데?’라고 느꼈던 순간들을 떠올려보세요. 그리고 그 순간을 다섯 살 아이에게 자랑하듯, 신나고 재미있게 설명해 보세요.
“있잖아, 내가 그때 뭘 했냐면…” 하고 이야기를 시작하는 순간, 당신은 이미 ‘내가 뭘 좋아하는지 아는 사람’이 되어 있을 거예요.
내 돈과 시간이 향하는 곳
우리의 말과 생각은 때로 스스로를 속이기도 하지만, ‘돈’과 ‘시간’은 거짓말을 하지 않아요.
내가 어디에 돈과 시간을 쓰고 있는지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나도 미처 몰랐던 나의 진짜 욕망과 관심사가 고스란히 드러난답니다.
마치 탐정이 된 것처럼, 지난 한 달간의 소비 내역과 시간 사용 기록을 한번 찬찬히 살펴보세요. 거창한 계획이나 목표가 아니어도 괜찮아요. 우리가 주목할 것은 바로 ‘나도 모르게, 무심코’ 반복하고 있는 패턴이에요.
혹시 월급날이면 나도 모르게 예쁜 그릇이나 컵을 하나씩 사고 있지는 않나요? 그렇다면 당신은 ‘나의 공간을 아름답게 꾸미고, 일상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에서 큰 기쁨을 느끼는 사람일 수 있어요.
특별한 약속이 없는 주말이면, 자연스럽게 영화관이나 OTT 서비스 앱을 켜고 있지는 않나요? 그렇다면 당신은 ‘잘 짜인 이야기를 통해 다른 사람의 삶을 경험하고 감동을 얻는 것’을 사랑하는 사람이겠죠.
힘들고 지칠 때면, 자꾸만 달콤한 케이크나 빵을 사 먹게 되나요? 그건 단순히 식욕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작고 달콤한 보상을 해주며 위로하는 시간’을 필요로 한다는 신호일 수 있어요.
잠들기 전, 피곤한 와중에도 나도 모르게 강아지나 고양이 영상을 몇 시간이고 보고 있지는 않나요? 당신은 아마 ‘작고 귀여운 존재들과 교감하며 순수한 사랑을 느끼는 것’에서 마음의 평화를 얻는 사람일 거예요.
우리가 돈과 시간을 쓰는 곳은, 현재 나의 결핍을 채워주거나 나에게 가장 큰 위로를 주는 활동과 연결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아요.
‘이건 그냥 돈 낭비야’, ‘이 시간에 더 생산적인 일을 해야 하는데’라며 스스로를 자책할 필요는 없어요. 그 소비와 시간 속에는 ‘나 지금 이런 게 필요해요’라고 외치는 마음의 소리가 담겨 있거든요.
그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세요.
예쁜 컵을 사는 마음을 따라가면 ‘공간 스타일링’이나 ‘인테리어’라는 새로운 관심사로 이어질 수 있고, 영화 보는 것을 넘어 ‘영화 평론’을 찾아 읽거나 ‘시나리오 쓰기’에 도전해볼 수도 있겠죠.
당신의 지갑과 달력은, 당신이 미처 눈치채지 못했던 당신의 마음을 기록해 둔 가장 정직한 일기장이랍니다.
아주 작은 ‘YES’ 와 아주 큰 ‘NO’
내가 뭘 좋아하는지 모르겠다고 느껴지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좋아한다’는 감정을 너무 거창하고 대단하게 생각하기 때문일 수 있어요.
마치 온몸에 전율이 흐를 정도의 열정이나, 평생을 바쳐도 좋을 운명적인 무언가를 찾아야만 할 것 같은 부담감 말이죠.
하지만 ‘좋아한다’는 감정은 그렇게 크고 무거운 것이 아닐지도 몰라요.
아주 작고 사소한 ‘어, 이건 좀 괜찮네?’ 하는 마음. 마치 잔잔한 호수 위에 돌멩이 하나가 툭 떨어져 작은 파문이 이는 것과 같은 느낌. 우리가 찾아야 할 것은 바로 그 작은 파문들이에요.
이제부터 당신의 마음에 아주 섬세한 감정 탐지기를 달았다고 상상해 보세요. 그리고 하루를 보내면서 당신의 마음이 아주 살짝이라도 ‘긍정(YES)’ 쪽으로 기울었던 순간들을 수집해 보는 거예요.
아침에 마신 커피 향이 유난히 좋았던 순간의 작은 ‘YES’.
우연히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노래의 멜로디가 마음에 들었던 순간의 작은 ‘YES’.
동료가 건넨 친절한 말 한마디에 마음이 따뜻해졌던 순간의 작은 ‘YES’.
퇴근길에 본 저녁노을이 유난히 아름답다고 느꼈던 순간의 작은 ‘YES’.
반대로, 마음이 아주 조금이라도 ‘부정(NO)’ 쪽으로 기울었던 순간들도 함께 기록해 보세요.
아침 회의의 딱딱한 분위기가 싫었던 순간의 큰 ‘NO’.
의미 없는 잡담으로 시간을 보내는 것이 불편했던 순간의 큰 ‘NO’.
무례한 사람의 말에 기분이 상했던 순간의 큰 ‘NO’.
이렇게 하루 동안의 아주 작은 ‘YES’들과 아주 큰 ‘NO’들을 모아놓고 보면, 어떤 패턴이 보이기 시작할 거예요.
나는 ‘향기’나 ‘음악’, ‘아름다운 풍경’처럼 감각을 기분 좋게 하는 것들에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는구나.
나는 ‘따뜻한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구나.
반면에 나는 ‘형식적이고 비효율적인 상황’이나 ‘무례함’을 굉장히 싫어하는구나.
이런 발견들이 모이면, 나를 위한 삶의 방향을 설정할 수 있게 돼요. 아침에 좋아하는 향의 핸드크림을 바르거나, 나만의 출근길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보는 작은 변화를 시도할 수 있죠. 의미 없는 모임은 정중히 거절하고, 그 시간에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차 한잔을 마시는 선택을 할 수도 있고요.
거창한 ‘좋아하는 일’을 찾으려 애쓰지 않아도 괜찮아요.
일상 속에 숨어 있는 수많은 작은 ‘YES’의 순간들을 알아차리고, 그 순간들을 의식적으로 늘려가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하루는 훨씬 더 ‘나다운 것’으로 채워질 수 있답니다. 당신의 하루는 이미 수많은 신호들로 가득 차 있어요.
‘만약’이 없는 세상의 나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역할을 연기해요.
누군가의 자녀, 누군가의 친구, 어떤 회사의 직원, 사회의 구성원…. 이 역할들은 우리에게 안정감을 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진짜 ‘나’의 모습을 가리는 두꺼운 가면이 되기도 합니다.
‘엄마라면 이래야 해’, ‘대리님이라면 저렇게 행동해야지’, ‘장남이니까 참아야 해’. 이런 ‘만약 ~라면’이라는 조건들이 우리를 옴짝달싹 못하게 만들곤 하죠.
이번에는 이 모든 역할을 잠시 내려놓고, 세상에 오직 ‘나’ 한 사람만 존재한다고 상상해 보세요.
나를 평가하거나 기대하는 사람도 없고, 내가 책임져야 할 역할도 전혀 없어요.
이 완전한 자유 속에서, 당신은 어떤 모습인가요?
어떤 옷을 입고 있나요? 지금까지는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해 단정하고 무난한 옷만 입었다면, 사실은 화려한 색깔의 옷을 입고 싶었을지도 몰라요.
어떤 표정을 짓고 있나요? 늘 웃는 얼굴로 사람들을 대해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벗어나, 무표정하게 혹은 살짝 찡그린 채로 편안하게 있을 수도 있겠죠.
무엇을 하고 있나요? 생산적이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하루 종일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하니 하늘만 보고 있을 수도 있어요. 혹은, 남들이 보기엔 쓸데없어 보이는 일, 예를 들면 종이접기나 레고 조립 같은 것에 몇 시간이고 몰두하고 있을지도 모르죠.
이 상상은 우리가 사회적인 역할과 기대를 걷어냈을 때, 가장 본질적인 ‘나’의 욕구와 성향이 무엇인지 보여줍니다.
화려한 옷을 입고 싶은 마음은, 억눌려 있던 ‘나를 표현하고 싶은 욕구’의 신호일 수 있어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쉴 수 있는 자유는, 그동안 ‘성과주의’에 얼마나 지쳐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일 수 있죠.
쓸데없어 보이는 일에 몰두하는 모습은, 결과와 상관없이 ‘과정의 즐거움’을 얼마나 갈망했는지를 알려줍니다.
물론 우리는 현실에서 모든 역할을 벗어던지고 살 수는 없어요. 하지만 내가 어떤 가면을 쓰고 있었는지, 그리고 그 가면 뒤에 어떤 얼굴이 숨어 있었는지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해요.
그걸 알아야만, 아주 가끔이라도 가면을 벗고 진짜 내 얼굴로 숨 쉴 수 있는 시간을 스스로에게 허락해 줄 수 있으니까요.
혼자 있는 시간에라도, ‘만약’이 없는 세상의 나를 한번 만나보세요. 그 모습이 아무리 낯설고 이상해 보여도 괜찮아요. 그게 바로 세상 누구도 아닌, 오직 당신만의 진짜 모습에 가장 가까운 모습일 테니까요.
나를 기분 좋게 하는 아주 작은 것들
우리는 ‘행복’이나 ‘기쁨’을 생각할 때, 아주 특별하고 큰 사건을 떠올리는 경향이 있어요.
해외여행, 승진, 복권 당첨처럼 인생에 몇 번 없을 짜릿한 순간들이요. 하지만 그런 커다란 행복을 기다리다 보면, 우리의 일상은 대부분 그저 그렇고 지루한 시간으로 채워지기 쉬워요.
진짜 나를 알아가는 여정은, 거창한 행복을 찾는 것이 아니라 내 일상 곳곳에 숨어있는 ‘소소한 기쁨’들을 발견하는 것에서 시작된답니다.
마치 보물찾기를 하듯, 당신의 하루를 기분 좋게 만들어주는 아주 작은 것들의 목록을 만들어보는 거예요. 어떤 대단한 것이 아니어도 좋아요. 나만 아는 아주 사적인 기쁨이면 충분해요.
예를 들면 이런 것들 말이에요.
새 양말을 처음 신을 때의 뽀송뽀송한 느낌.
세탁기에서 막 꺼낸 이불의 뽀송한 햇볕 냄새.
길을 걷다 우연히 마주친 아기 강아지의 귀여운 몸짓.
배달시킨 음식이 예상보다 훨씬 빨리 도착했을 때의 설렘.
복잡했던 생각을 노트에 적어 내려갈 때의 후련함.
좋아하는 노래의 전주가 1초만 흘러나와도 알아챌 수 있을 때의 짜릿함.
초록색 신호등이 깜빡이기 전에 아슬아슬하게 횡단보도를 건넜을 때의 작은 성취감.
누가 보면 ‘에게, 겨우 그런 것 때문에?’ 하고 웃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중요한 건 다른 사람의 기준이 아니에요. 오직 ‘내 마음’을 기분 좋게 흔들었다는 사실 그 자체랍니다.
이런 작은 기쁨의 목록들이 하나둘 쌓이다 보면, 우리는 내가 어떤 종류의 자극에 긍정적으로 반응하는 사람인지 알게 돼요.
나는 ‘촉각’이나 ‘후각’ 같은 감각적인 만족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구나.
나는 ‘예상치 못한 행운’에서 소소한 즐거움을 느끼는구나.
나는 ‘정돈되고 질서 있는 상태’에서 안정감을 얻는구나.
나는 ‘음악’과 깊이 연결되어 있구나.
이런 발견은 나를 위한 맞춤형 행복 처방전을 만드는 데 아주 중요한 재료가 됩니다. 기분이 우울할 때, 일부러 새 양말을 꺼내 신거나 향이 좋은 섬유유연제로 이불 빨래를 해보는 거죠. 복잡한 일이 있을 땐, 잠시 시간을 내어 생각을 정리하는 글을 써보는 거고요.
나를 기분 좋게 하는 것들을 아는 사람은, 외부 환경에 쉽게 흔들리지 않아요. 스스로 자신의 기분을 돌볼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이니까요.
당신의 보물 목록에는 오늘 어떤 기쁨이 추가되었나요?
이제 당신의 이야기가 시작될 차례입니다.
이 질문들은 정답을 찾는 시험이 아니에요. 점수를 매기거나, 남들과 비교할 필요도 전혀 없죠. 이것은 그저 꽁꽁 닫혀 있던 내 마음의 창문을 아주 조금씩 열어보는 과정일 뿐입니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처음에는 낯설고 어색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 햇살 아래서 먼지 쌓인 내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다 보면, 어느새 당신은 알게 될 거예요.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어떤 순간에 가슴이 뛰고, 어떤 순간에 마음이 편안해지는지.
그렇게 찾아낸 아주 작은 조각들을 소중히 여기세요. 그 조각들은 거창한 퍼즐의 일부가 아닐지도 몰라요. 어쩌면 그저 당신의 주머니 속에서 반짝이는 예쁜 조약돌들일 수 있죠.
하지만 그 조약돌들을 하나씩 주워 모으다 보면, 어느새 당신의 손에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오직 당신만의 아름다운 목걸이가 만들어져 있을 거예요.
나를 알아가는 여정에는 끝이 없습니다. 정해진 길도 없고요. 그러니 조급해하지 마세요.
헤매고 있는 것 같아도 괜찮아요. 당신은 길을 잃은 것이 아니라, 당신만의 지도를 이제 막 그려나가기 시작한 용감한 탐험가니까요.
당신의 속도로, 당신의 걸음으로. 천천히, 그리고 다정하게. 당신의 마음에게 계속해서 말을 걸어주세요.
본 웹사이트의 정보는 일반적인 참고 자료이며, 전문적인 정신건강 상담, 진단, 치료를 대체할 수 없습니다. 정신적 어려움이나 건강에 대한 우려가 있다면, 반드시 자격을 갖춘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만약 위기 상황에 처해있다면 즉시 도움을 요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