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될 수 없다는 사실 받아들이기

혹시 이런 밤을 보내고 있나요? 누군가 무심코 던진 한마디가 가시처럼 박혀 온종일 신경 쓰입니다. 잠자리에 누워서도 아까 나눈 대화를 몇 번이고 다시 재생하죠.

내가 왜 그런 말을 했을까, 그 사람은 어떻게 생각했을까. 혹시 나를 이상하게 보지는 않았을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에 머릿속이 터질 것 같고 가슴 한구석은 싸늘하게 식어갑니다.

메시지 하나를 보낼 때도 수십 번 썼다 지우기를 반복합니다. 이 단어가 너무 차갑게 보일까, 저 이모티콘이 너무 가볍게 보일까 고민하죠. 답장이 조금이라도 늦어지면 내가 뭔가 잘못 보냈나 싶어 휴대폰만 뚫어져라 쳐다봅니다.

다른 사람의 기분을 살피는 게 너무 당연해서 정작 내 기분은 돌볼 틈이 없습니다. 거절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싫다’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아 우물쭈물하죠. 결국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야 멍청한 자신을 자책합니다.

이 모든 게 너무 지치고 버거운데도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습니다. 이런 고민을 말해봤자 ‘뭘 그런 걸 가지고 그래’ 또는 ‘그냥 네가 너무 예민한 거야’라는 대답이 돌아올까 두렵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괜찮은 척, 아무렇지 않은 척 가면을 씁니다. 모두에게 좋은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면서, 하루에도 몇 번씩 부서져 내리는 내 마음은 애써 외면합니다.

이것이 당신의 이야기인가요? 그렇다면 이제 무거운 가면을 잠시 내려놓고 이 글을 읽어주세요. 당신의 지친 마음을 세상 누구보다 깊이 이해하고 싶습니다.

내 마음인데, 왜 내 마음대로 못할까요

우리의 마음은 아주 오래되고 복잡한 도시의 지도와 같습니다. 처음 가보는 사람은 길을 잃기 쉽죠. 내 마음이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순간은 마치 낯선 골목길에 들어선 것과 같습니다.

분명히 ‘아니요’라고 말해야 하는 상황인데 입은 ‘네, 괜찮아요’라고 대답합니다. 속으로는 상처받았으면서 겉으로는 활짝 웃고 있죠. 이런 나 자신이 답답하고 한심하게 느껴질 때도 많을 겁니다.

하지만 이건 당신이 약하거나 의지가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오히려 당신은 다른 사람의 감정을 잘 읽고, 관계의 평화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상대방의 미세한 표정 변화나 목소리 톤만으로도 그 사람의 기분과 관계의 파장을 순식간에 알아차리는 것이죠. 이는 마치 아주 민감한 날씨 예측 장치를 지니고 다니는 것과 같습니다.

문제는 이 예측 장치가 너무 예민해서 작은 비구름만 보여도 폭풍우가 몰아칠 것이라고 경고 신호를 보낸다는 점입니다. ‘저 사람이 조금이라도 불편해하면 어쩌지?’, ‘이 관계가 어색해지면 안 되는데’ 같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웁니다. 그러면 나의 진짜 마음과 욕구는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깊은 곳으로 숨어버립니다.

따라서 거절하지 못하고 싫은 소리를 하지 못하는 것은 결코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어떻게든 갈등을 피하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는, 당신의 착하고 섬세한 마음이 만든 생존 방식이었을 뿐입니다. 다만 이제 그 방식이 나를 너무 힘들게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뿐이죠.

그러니 더는 스스로를 탓하지 마세요. 그저 오랫동안 애써온 나 자신을 한번 따뜻하게 안아주는 것부터 시작해 보면 어떨까요.

이 복잡한 마음의 지도를 한 번에 다 이해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오늘은 그저 ‘아, 내 마음이 이래서 내 뜻대로 안 되었구나. 그럴 수 있었겠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여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당신의 마음은 당신을 괴롭히려는 게 아닙니다. 어떻게든 당신을 지키고 상처받지 않게 하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었을 뿐입니다.

이제부터 우리가 그 복잡한 마음의 지도를 천천히 함께 들여다볼 거예요. 길을 잃어도 괜찮고, 조금 헤매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제 더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이니까요. 당신의 진짜 목소리를 찾아가는 여정을 시작하겠습니다.

모두에게 좋은 사람은, 나에게는 나쁜 사람일지 몰라요

우리는 어릴 때부터 ‘모두에게 친절해야 한다’고 배워왔습니다. 친구와 사이좋게 지내고 어른들께 예의 바르게 행동하는 착한 아이가 되어야 한다고 말이죠. 그 가르침은 분명 좋지만, 우리는 어느새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에 갇혔는지도 모릅니다.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고 애쓰는 것은 내 몸에 맞지 않는 옷 수십 벌을 동시에 껴입는 것과 같습니다. 이 사람 앞에서는 밝고 유쾌한 옷을, 저 사람 앞에서는 진지하고 신중한 옷을 입는 식이죠. 그렇게 다른 사람에게 맞추다 보면 정작 내 몸이 어떤지, 불편하지는 않은지 돌볼 여유가 사라집니다.

하루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녹초가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단순히 몸이 피곤한 게 아니라, 수많은 사람의 기대를 맞추느라 감정 에너지를 전부 소진했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들을 충전해주느라 정작 내 마음의 배터리는 방전 직전인 셈이죠. 그렇게 텅 빈 마음으로 혼자 남겨졌을 때, 우리는 깊은 공허함과 외로움을 느낍니다.

생각해보세요. 세상 모든 음식을 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어떤 사람은 매운 음식을, 어떤 사람은 단 음식을 좋아합니다. 누군가에게 최고의 음식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입에도 못 댈 음식이 될 수 있죠.

사람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아무리 좋은 의도로 행동해도,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전혀 다르게 해석될 수 있습니다. 상대방의 취향, 가치관, 그날의 기분이 모두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내가 배려라고 한 행동이 누군가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고, 내가 조언이라고 건넨 말이 누군가에게는 잔소리로 들릴 수 있습니다. 이건 내가 잘못해서가 아니라, 그저 사람마다 마음의 모양이 모두 다르기 때문입니다. 모든 사람의 마음에 딱 맞는 완벽한 모양이 되려고 애쓰는 순간, 우리는 자신의 고유한 모양을 잃고 맙니다.

그러니 이제 인정해야 합니다.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는 노력은, 결국 나 자신에게 가장 나쁜 사람이 되는 길이라는 것을요. 나의 시간, 감정,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습니다. 이 소중한 자원을 이제 나 자신과 내가 진정으로 아끼는 사람들을 위해 사용하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그것이 나를 잃지 않고 더 건강한 관계를 맺어가는 첫걸음입니다.

그 사람의 표정은, 당신의 숙제가 아니에요

우리는 대화할 때 상대방의 표정을 유심히 살핍니다. 혹시 미간을 찌푸리는지, 입꼬리가 내려가는지, 눈빛이 차가워지는지 말이죠. 상대의 작은 표정 변화 하나에 심장이 내려앉고, 머릿속은 온통 ‘내가 무슨 실수를 했나?’라는 생각으로 가득 찹니다.

하지만 우리는 중요한 사실 하나를 잊고 있습니다. 그 사람의 표정은 온전히 그 사람의 것이라는 점입니다. 어젯밤 잠을 설쳤거나 오늘 날씨가 마음에 들지 않아 표정이 굳어있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수만 가지 이유가 그 사람의 기분과 표정을 만듭니다.

우리는 그 수만 가지 가능성을 무시하고 ‘분명 나 때문일 거야’라는 단 하나의 오답에 집착합니다. 이는 길가에 떨어진 돌멩이를 보고 ‘누군가 나를 맞추려고 던졌을 거야’라고 지레짐작하며 불안에 떠는 것과 같습니다. 사실 그 돌멩이는 그저 그 자리에 있었을 뿐인데도 말이죠.

다른 사람의 감정을 내 책임으로 가져오는 순간, 우리는 끝없는 불안과 죄책감의 늪에 빠집니다. 내가 해결할 수도 없는 문제를 끌어안고 끙끙 앓게 되는 것이죠. 이런 노력은 대부분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고, 우리를 더 지치게 만들 뿐입니다.

이제 그 무거운 숙제를 내려놓아도 괜찮습니다. 당신은 다른 사람의 감정까지 책임질 의무가 없습니다. 당신이 할 일은 진심을 다해 당신의 이야기를 하고, 당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까지입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상대방이 어떤 표정을 짓는지는 이제 그 사람의 몫으로 남겨두세요.

물론 다른 사람에게 무책임하게 상처를 줘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우리는 당연히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배려해야 합니다. 하지만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 즉 상대방의 마음까지 바꿀 수 있다는 착각에서는 벗어나야 합니다. 그 착각이 우리를 오랫동안 힘들게 했으니까요.

이제부터 누군가의 굳은 표정을 마주하면 ‘나 때문인가?’라고 생각하기 전에 먼저 속으로 되뇌어 보세요. ‘저 사람에게 무슨 일이 있나 보구나. 저 표정은 나의 숙제가 아니야.’

이렇게 선을 긋는 연습을 하다 보면 다른 사람의 감정 파도에 휩쓸리지 않게 됩니다. 내 마음의 평온함을 지킬 수 있는 힘이 조금씩 생겨날 겁니다.

아주 오래전, 사랑받고 싶었던 작은 아이가 있었어요

지금 우리가 겪는 마음의 어려움은 아주 오래전, 어린 시절의 나에게서 시작되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세상에 막 태어난 아이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님에게 사랑받고 인정받으며 안전하게 살아남는 것이었습니다.

그때의 우리는 생존을 위해 온몸의 감각을 곤두세웠습니다. ‘어떻게 행동해야 엄마가 웃으실까?’, ‘어떤 말을 해야 아빠가 칭찬해주실까?’ 우리는 부모님의 표정과 말투를 살피며 그들이 원하는 ‘착한 아이’의 모습을 필사적으로 연기했습니다.

떼를 쓰거나 고집을 부리면 사랑받지 못할 거라는 두려움에, 내 진짜 욕구나 감정은 꾹꾹 눌렀습니다. 울고 싶을 때 참고, 화가 날 때 웃고, 싫은 것도 억지로 먹었습니다. 다른 사람의 기대에 맞추는 것이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믿었던 것이죠.

이는 힘없고 연약했던 어린 시절, 세상을 살아남기 위해 터득한 영리하고도 눈물겨운 생존 전략이었습니다.

문제는, 이제 더 이상 힘없는 아이가 아닌데도 여전히 그 낡은 생존 전략을 버리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몸은 어른이 되었지만 마음속에는 사랑받지 못할까 봐 두려워하는 작은 아이가 여전히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직장 상사의 눈치를 보고, 친구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연인의 기분을 맞추기 위해 나를 희생합니다.

지금 당신이 다른 사람의 시선에 괴로워하고 있다면, 그건 당신이 나약해서가 아닙니다. 마음속 작은 아이가 여전히 ‘사랑받고 싶어’, ‘인정받고 싶어’라고 외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아이의 목소리가 너무나 커서 어른이 된 당신의 이성적인 판단을 흐리게 만드는 것이죠.

그러니 이제 그만 자신을 탓하고, 마음속 작은 아이를 다정하게 들여다봐 주세요. 그리고 그 아이에게 이렇게 말해주는 겁니다. ‘괜찮아, 그때는 그렇게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었지. 정말 애썼어. 하지만 이제는 네 마음대로 행동해도, 네 진짜 감정을 표현해도 나는 너를 떠나지 않을 거야. 이제 내가 너를 지켜줄게.’

이 과정은 먼지 쌓인 옛 앨범을 꺼내보는 것과 같습니다. 조금 아프고 슬픈 기억이 떠오를 수도 있지만, 그 기억 속의 나를 이해하고 보듬어줄 때 우리는 비로소 과거의 상처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마음속 작은 아이가 안심하고 쉴 수 있을 때, 우리는 어른으로서 당당하게 세상을 살아갈 힘을 얻게 될 것입니다.

‘아니요’라고 말하는 작은 용기

‘아니요’라는 세 글자는 세상에서 가장 짧지만, 때로는 가장 말하기 어려운 단어입니다. 이 말을 하는 순간 상대방이 실망할까 봐, 나를 이기적이라고 생각할까 봐 두렵습니다. 이 관계가 끝나버릴지 모른다는 생각에 온갖 두려움이 덮쳐옵니다. 그래서 우리는 불편한 마음을 감춘 채 또다시 고개를 끄덕입니다.

하지만 생각해보세요. 우리가 ‘네’라고 대답할 때마다, 우리는 사실 다른 무언가에게 ‘아니요’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친구의 갑작스러운 부탁에 ‘네’라고 답하는 순간, 우리는 나의 휴식과 나만의 시간에게 ‘아니요’라고 말하는 셈입니다. 회사의 부당한 요구에 ‘네’라고 답하는 순간, 우리는 나의 건강과 존엄성에게 ‘아니요’라고 말하는 겁니다.

우리가 지키고 싶었던 것은 관계의 평화였지만, 그 대가로 가장 소중한 나 자신을 계속 거절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제는 그 방향을 조금 바꿔야 합니다. 다른 사람이 아닌, 나 자신에게 먼저 ‘네’라고 말해주는 연습을 시작하세요. 나의 감정, 시간, 에너지를 존중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자기 사랑의 시작입니다.

물론 하루아침에 단호하게 ‘아니요!’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괜찮습니다. 처음부터 완벽할 필요는 없어요. 아주 작고 사소한 것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 무리한 부탁을 했을 때, 바로 대답하지 않고 ‘잠깐 생각해보고 다시 연락 줄게’라고 말하는 것만으로도 큰 변화의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시간을 버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감정적인 압박에서 벗어나 이성적으로 상황을 판단할 여유를 얻습니다. ‘내가 정말 이걸 해줄 수 있는 상황인가?’, ‘이걸 들어주면 내 마음은 어떨까?’ 스스로 질문하고, 만약 어렵다고 판단되면 더 부드러운 방식으로 거절하는 연습을 해볼 수 있습니다. ‘미안하지만, 이번에는 좀 어려울 것 같아’ 혹은 ‘도와주고 싶은데, 지금은 다른 일이 있어서 힘들겠다’와 같이 말하는 거죠.

처음 ‘아니요’라고 말했을 때, 심장이 두근거리고 죄책감이 밀려올 수도 있습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수십 년 동안 쓰지 않던 마음의 근육을 처음 사용하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운동을 하면 근육이 단련되듯, 거절도 연습을 통해 점점 더 자연스러워질 수 있습니다. 당신의 용기 있는 ‘아니요’ 한마디가 오히려 더 건강하고 정직한 관계를 만드는 밑거름이 될 수도 있습니다.

기억하세요. 당신의 ‘아니요’는 상대방에 대한 공격이 아닙니다. 그것은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한 기본적인 권리이자, 스스로에 대한 가장 따뜻한 긍정의 표현입니다. 그 작은 용기가 모여 당신의 삶을 훨씬 더 자유롭고 편안하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보이지 않는 울타리를 세우는 법

우리 마음에도 집처럼 울타리가 필요합니다. 이 울타리는 다른 사람을 밀어내는 차가운 벽이 아니라, 나의 소중한 공간과 시간을 지키고 내가 누구인지 알려주는 따뜻하고 안전한 경계선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이 울타리를 세우는 것을 잊거나, 울타리를 세우는 것 자체가 이기적이라고 오해합니다.

마음의 울타리가 없는 사람은 대문이 활짝 열린 집과 같습니다. 누구든지 원하면 아무 때나 들어와 마음대로 머물다 갈 수 있죠.

처음에는 많은 사람이 찾아와 외롭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원치 않는 손님들이 내 공간을 어지르고 소중한 물건들을 함부로 다루기 시작합니다. 심지어 무례한 요구를 하기도 합니다. 결국 나는 내 집에서조차 편히 쉬지 못하고 손님 눈치만 보는 지친 주인이 되어버립니다.

건강한 관계는 서로의 울타리를 존중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여기는 나의 공간이고, 이 선은 넘어오지 말아주세요’라고 알려주는 것이죠. 이것은 상대방을 미워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그 사람과 오랫동안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기 때문에 필요한 과정입니다. 서로의 경계를 명확히 알 때, 우리는 불필요한 오해나 상처 없이 서로를 존중하며 관계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울타리를 세우는 것은 거창한 일이 아닙니다. 퇴근 후나 주말에는 업무 연락에 바로 답장하지 않고 ‘확인 후 내일 오전에 연락드리겠습니다’라고 알리는 것. 가족이라도 나의 사적인 영역에 대해 무례하게 질문할 때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라고 솔직하게 말하는 것. 이런 작은 행동들이 모두 나의 울타리를 단단하게 만드는 벽돌이 됩니다.

물론 처음에는 어색하고 두려울 수 있습니다. 나의 울타리를 존중하지 않고 ‘왜 그렇게 쌀쌀맞게 굴어?’라며 비난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기억하세요. 진정으로 당신을 아끼는 사람이라면 당신의 울타리를 기꺼이 존중해줄 것입니다. 오히려 당신이 자신의 경계를 명확히 하는 모습을 보며 더 신뢰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만약 당신의 울타리를 무시하고 계속 넘어오려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당신의 삶에 꼭 필요한 사람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이제 당신의 마음속 정원을 한번 둘러보세요. 그곳에는 당신이 아끼는 꽃과 나무들이 자라고 있나요? 아니면 다른 사람들의 발길에 짓밟혀 황폐해져 있나요? 이제 당신의 소중한 정원을 지킬 튼튼하고 예쁜 울타리를 세울 시간입니다. 그 안에서 당신의 마음이 안전하게, 그리고 아름답게 피어날 수 있도록 말이죠.

세상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할 수는 없어요

우리는 모두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은 기본적인 욕구가 있습니다. 그래서 누군가 나를 싫어하는 것 같으면, 내가 뭔가 크게 잘못된 것처럼 깊은 불안감에 휩싸입니다. 어떻게든 그 사람의 마음을 돌려놓고 싶어 안절부절못하게 되죠.

하지만 여기서 우리는 세상의 가장 단순하고도 중요한 진리 하나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것은 바로, 내가 어떤 사람이든 세상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할 수는 없다는 사실입니다. 이것은 슬프거나 억울한 일이 아니라,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은 무엇인가요? 어떤 사람은 따스한 봄을, 어떤 사람은 뜨거운 여름을, 또 다른 사람은 서늘한 가을이나 차가운 겨울을 좋아합니다.

만약 봄이 ‘왜 겨울은 나를 좋아하지 않지?’라며 슬퍼한다고 상상해보세요. 여름이 ‘모두가 나를 좋아하게 만들어야 해!’라며 억지로 기온을 낮춘다면 어떻게 될까요? 세상의 자연스러운 질서가 엉망이 될 겁니다. 봄은 봄답게, 여름은 여름답게 자신의 모습을 지킬 때 가장 아름답습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신은 당신 자체로 하나의 고유한 계절과 같습니다. 당신의 성격, 가치관, 말투, 취향이 모여 ‘당신다움’을 만들어냅니다. 당신의 그런 모습을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맞지 않는다고 느끼는 사람도 당연히 존재합니다. 누군가 당신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서 당신의 가치가 훼손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오히려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한다는 것은, 내가 나 자신의 색깔을 완전히 잃어버렸다는 위험한 신호일지도 모릅니다. 누구에게도 미움받지 않기 위해 내 의견을 숨기고, 내 감정을 억누르고, 투명인간처럼 살아가고 있다는 뜻일 수 있으니까요.

이제 나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 에너지를 쏟는 대신,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들에게 그 에너지를 사용하세요. 그것이 훨씬 더 지혜로운 일입니다. 세상 모든 사람의 입맛에 맞는 음식이 될 필요는 없습니다. 당신이라는 특별한 음식을 사랑해주는 몇 사람만 있다면 충분히 행복하고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습니다.

누군가 나를 싫어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은 나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나를 더 단단하게 지키는 과정입니다. 그것은 ‘나는 이래도 괜찮은 사람이야’, ‘모두에게 사랑받지 않아도 나의 가치는 변하지 않아’라고 선언하는, 가장 용감하고 자유로운 자기 긍정입니다. 그 진리를 마음으로 받아들일 때, 우리는 비로소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져 진정한 나로 살아갈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이제, 당신의 마음을 가장 먼저 챙겨주세요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다른 사람의 마음을 챙기느라 분주했습니다. 다른 사람의 기분은 어떤지, 내가 혹시 불편하게 하지는 않는지,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살피는 데 모든 신경을 쏟았죠. 그 과정에서 우리는 가장 중요하게 챙겨야 할 한 사람, 바로 나 자신의 마음을 잊고 지냈습니다.

이제는 그 시선을 안으로 돌려, 나 자신에게 다정하게 물어봐 줄 시간입니다. ‘오늘 내 마음은 어떠니?’, ‘지금 정말로 원하는 게 뭐니?’, ‘혹시 힘들거나 불편한 건 없니?’ 마치 가장 소중한 친구의 안부를 묻듯이, 조심스럽고 따뜻하게 내 마음의 문을 두드려보는 겁니다.

처음에는 아무런 대답이 들려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너무 오랫동안 외면당해서 마음이 말하는 법을 잊어버렸을지도 모르니까요. 그래도 괜찮습니다. 포기하지 말고 매일 꾸준히 말을 걸어주세요. ‘괜찮아, 대답하기 싫으면 안 해도 돼. 그냥 네가 여기 있다는 걸 알고 싶었어’라고 말해주며 묵묵히 곁을 지켜주세요.

그렇게 당신의 진심이 전해지면, 어느 순간 마음이 아주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기 시작할 겁니다. ‘나 사실 오늘 좀 지쳤어’, ‘그 사람의 그 말이 너무 서운했어’,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좀 쉬고 싶어’. 그 작은 목소리를 놓치지 말고 귀 기울여 들어주세요. 그리고 그 마음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기 위해 노력해주세요.

마음이 쉬고 싶다고 말하면,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편안하게 누워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 시간을 선물해주세요. 마음이 서운했다고 말하면, ‘그랬구나, 정말 서운했겠다’라고 알아주며 등을 토닥여주세요. 이렇게 나 자신의 가장 좋은 친구이자, 가장 든든한 보호자가 되어주는 연습을 하는 겁니다.

다른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고 애쓰기보다 나 자신에게 먼저 좋은 사람이 되어주세요. 나를 기쁘게 하고 편안하게 하는 일을 삶의 우선순위에 두는 것입니다. 이것은 결코 이기적인 행동이 아닙니다. 오히려 나 자신을 온전히 사랑하고 돌볼 수 있을 때, 다른 사람에게도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건강한 사랑을 베풀 수 있습니다.

내 마음이라는 그릇이 텅 비어 있는데, 어떻게 다른 사람에게 무언가를 나눠줄 수 있을까요? 먼저 나의 그릇을 따뜻하고 좋은 것들로 가득 채워야 합니다. 그렇게 넘쳐흐르는 좋은 에너지를 다른 사람과 나누는 것이 진짜 배려이고 사랑입니다. 당신은 이미 충분히 애써왔습니다. 이제는 그 지친 마음을 가장 먼저, 가장 따뜻하게 안아줄 시간입니다.

우리는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작은 배와 같습니다. 다른 배들이 보내는 불빛에 의지하다 보면 길을 잃고 표류할지 모릅니다.

진정한 항해는 내 배 안의 나침반을 믿고 따르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외부의 불빛은 참고만 할 뿐, 최종 목적지를 정하고 키를 잡는 것은 선장인 나 자신이어야 합니다.

당신 마음속에도 가야 할 길을 알려주는 나침반이 있습니다. 세상의 소음 때문에 그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을 뿐입니다. 이제 잠시 세상의 소리를 줄이고, 당신의 마음이 가리키는 방향에 집중해보세요.

그 길이 때로는 외롭고 낯설게 느껴질지라도, 당신을 가장 행복하게 만들어 줄 유일한 항로임을 믿으세요. 당신의 항해를 온 마음을 다해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