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기분에 내 감정이 좌우될 때 나를 지키는 마음 습관

물가에 젖은 솜이 물을 빨아들이듯, 다른 사람의 기분을 고스란히 흡수해버리는 당신. 누군가의 낮은 목소리, 굳은 표정, 짧은 한숨 하나에 마음이 천근만근 무거워지는 당신에게 이 글을 보냅니다.

상대방은 아무렇지 않은데, 어쩌면 그저 피곤했을 뿐인데도 말이죠. 하지만 당신의 머릿속은 온갖 생각으로 헤집어집니다.

‘내가 뭘 잘못했나?’, ‘나 때문에 화가 난 걸까?’ 하는 생각의 소용돌이에 빠져, 정작 내 마음은 돌볼 겨를조차 없습니다.

기분 좋은 아침을 맞이했다가도 사무실에 들어서는 순간, 싸늘한 공기에 행복했던 감정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집니다. 즐겁게 대화를 나누다가도 상대의 미간에 잡힌 작은 주름 하나에 심장이 덜컥 내려앉습니다.

내 감정의 주도권을 다른 사람에게 통째로 넘겨준 채, 그 사람의 기분에 따라 하루가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롤러코스터를 탑니다. 이것은 이제 감정의 널뛰기에서 내려올 시간이라는 신호입니다. 흔들리지 않는 나만의 땅에 단단히 두 발을 딛고 설 때가 된 것이죠.

내 마음의 날씨가 자꾸만 남 따라 바뀔 때

내 마음은 원래 맑게 개어 있었는데, 먹구름을 잔뜩 인 사람이 옆에 오자 어느새 내 하늘에도 비가 내립니다. 상대방의 감정이라는 비를 흠뻑 맞고 축축해진 마음은 무겁고 차갑기만 합니다.

이것은 마치 투명한 유리잔과 같습니다. 누가 어떤 색의 물을 붓든, 그 색에 그대로 물들어버리는 투명한 잔 말입니다.

상대가 기쁨이라는 노란 물을 부으면 노랗게 빛나지만, 슬픔이라는 파란 물을 부으면 속절없이 파랗게 변해버립니다. 내 고유의 색을 잃어버린 채 말이죠.

이런 날들이 반복되면, 나중에는 내가 원래 무슨 색이었는지조차 잊게 됩니다.

내가 진짜로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 지금의 이 불안과 우울이 온전히 내 것인지, 아니면 다른 사람에게서 옮아온 것인지조차 헷갈리기 시작합니다. 내 마음의 주인이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 것 같은 깊은 공허함에 휩싸이기도 합니다.

그건 당신이 나쁜 사람이어서가 아니에요

먼저 이것 하나만은 꼭 기억해주세요. 다른 사람의 기분에 쉽게 영향을 받는 것은 당신이 유약하거나 문제가 있어서가 결코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당신의 마음에는 다른 사람의 감정을 섬세하게 감지하는 고성능 안테나가 달려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이 스치듯 던지는 작은 감정의 신호까지도 놓치지 않고 포착해내는 것이죠.

이는 당신이 공감 능력이 유독 발달했다는 증거일 수 있습니다. 타인의 아픔을 나의 아픔처럼 느끼고, 함께 기뻐하고 슬퍼할 줄 아는 따뜻한 마음을 가졌기에 그 감정의 파동이 당신에게 더 크게 전달되는 것입니다.

이것은 저주가 아닌 선물입니다. 다만, 그 선물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아직 배우지 못했을 뿐입니다. 너무 강한 힘을 제어하지 못해 오히려 그 힘에 휘둘리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보이지 않는 마음의 선을 긋는 연습

나를 지키는 첫걸음은, 나와 타인 사이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선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이 선은 상대를 밀어내는 차가운 벽이 아닙니다. 오히려 서로의 공간을 존중하며 더 건강한 관계를 맺게 해주는 따뜻한 울타리입니다.

상대방의 감정은 오롯이 상대방의 것입니다. 그 사람이 화가 난 것은 그 사람의 사정이지, 반드시 나의 책임은 아닙니다. 그 사람이 우울한 감정에 빠져 있다면 안타까운 마음을 가질 수는 있지만, 그 감정의 구덩이에 함께 빠져 허우적거릴 필요는 없습니다.

‘아, 저 사람은 지금 화가 났구나. 저건 저 사람의 감정이구나.’, ‘많이 속상한가 보네. 하지만 저건 저 사람의 슬픔이야.’ 이렇게 마음속으로 조용히 선을 그어보세요.

그의 감정과 내 감정을 분리해서 바라보는 연습입니다. 마치 내 옆에서 상영되는 영화를 보듯, 한 걸음 떨어져서 그 감정을 객관적으로 바라봐 주는 것입니다.

잠깐, 이건 내 감정이 맞을까?

누군가의 부정적인 기운이 나를 덮쳐올 때, 자동적으로 그 감정에 빠져들기 전에 아주 잠깐 멈춰 서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세요.

‘잠깐, 이 불안감은 어디서 온 거지?’, ‘지금 이 갑작스러운 우울함은 정말 내 것일까?’

불과 5분 전까지만 해도 나는 평온했다는 사실을 기억해내는 것만으로도 큰 변화가 시작됩니다.

마치 길을 걷다 옷에 흙탕물이 튀었을 때, 그것이 내 몸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밖에서 묻은 것임을 아는 것과 같습니다. 밖에서 묻은 흙은 툭툭 털어내거나 씻어내면 그만입니다.

이 짧은 멈춤과 질문은, 감정의 자동 전염 과정에 브레이크를 걸어주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 순간, 당신은 감정의 노예가 아니라 감정을 관찰하는 주인이 될 수 있습니다.

마음속에 작은 나만의 방 만들기

하루에도 몇 번씩 감정의 태풍이 몰아치는 세상 속에서, 온전히 나를 위한 안전한 공간 하나를 마음속에 마련해두는 것은 아주 중요합니다.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는, 나만의 작은 방을 상상으로 만들어보세요.

그 방은 어떤 모습인가요? 따스한 햇살이 들어오는 창이 있나요? 푹신한 소파나 안락의자가 놓여 있나요?

좋아하는 음악이 잔잔하게 흐르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향기가 감도나요? 당신이 가장 평온하고 안전하다고 느끼는 모든 것들로 그 방을 채워보세요.

다른 사람의 감정 폭풍에 휩쓸릴 것 같을 때, 눈을 감고 조용히 이 방으로 들어가는 상상을 해보세요. 심호흡을 몇 번 하고, 그 방의 평온함과 안전함을 온몸으로 느끼는 겁니다.

단 1분이라도 좋습니다. 이 짧은 도피는 당신의 마음이 외부의 소음으로부터 잠시나마 숨을 고르고, 다시 제자리를 찾도록 도와줄 것입니다.

감정의 파도가 밀려올 때, 발만 살짝 담그기

공감 능력이 뛰어난 당신은 상대의 감정의 바다에 온몸을 던져 함께 허우적거리곤 합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파도가 밀려올 때, 그 바다에 뛰어드는 대신 발만 살짝 담가보는 연습을 해보는 겁니다.

상대가 힘든 이야기를 털어놓을 때, “그랬구나, 정말 속상했겠다”라고 말하며 그의 감정을 인정해주세요. 그저 물의 온도를 함께 느껴보는 것만으로 충분합니다.

그의 슬픔을 내가 전부 가져와 해결해주려 애쓰거나, 그의 분노에 함께 불타오를 필요는 없습니다.

당신은 그의 감정을 잠시 함께 느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친구, 좋은 동료가 될 수 있습니다. 그의 짐을 대신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그가 짐을 들고 가는 길에 잠시 옆에서 함께 걸어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해보세요. 이것이 바로 나를 지키면서 상대를 위로하는 건강한 공감입니다.

내 기분은 내가 정하기로 약속해요

우리는 날씨를 선택할 수 없지만, 비 오는 날 어떤 옷을 입고 어떤 우산을 쓸지는 선택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다른 사람의 기분을 통제할 수 없지만, 그 기분에 어떻게 반응할지는 온전히 선택할 수 있습니다.

내 기분의 결정권을 다른 사람에게서 되찾아오기로 결심해보세요. 아주 사소한 것부터 시작하는 겁니다.

누군가의 쌀쌀맞은 태도에 기분이 가라앉을 때, 의식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속으로 흥얼거려보세요. 컴퓨터 바탕화면을 보기만 해도 미소 지어지는 사진으로 바꿔두고, 힘들 때마다 한 번씩 쳐다보는 겁니다.

점심시간에 잠깐이라도 햇볕을 쬐며 산책을 하거나, 좋아하는 향의 핸드크림을 바르는 것처럼 아주 작고 사소한 행동들이 ‘내 기분은 내가 챙긴다’는 강력한 신호를 뇌에 보내줍니다. 이런 작은 성공들이 쌓여 당신의 마음 근육을 단단하게 만들어줄 것입니다.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 수는 없어요

다른 사람의 기분에 민감한 사람들의 마음 깊은 곳에는, 종종 ‘모든 사람이 나로 인해 행복하고 편안해야 한다’는 숨은 믿음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래서 누군가 불편한 기색을 보이면, 그것이 곧 나의 실패인 것처럼 느끼고 불안해집니다.

하지만 이것은 신의 영역에 가까운, 불가능한 목표입니다. 당신이 아무리 노력해도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는 없습니다.

각자에게는 각자의 삶의 무게와 감정의 역사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기분은 수많은 변수들이 얽혀 만들어진 결과물이며, 당신은 그중 아주 작은 일부일 뿐입니다.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무거운 짐을 이제는 내려놓아도 괜찮습니다. 당신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바로 당신 자신을 지키고 돌보는 것입니다. 당신이 스스로의 마음을 잘 지켜낼 때, 그 평온함이 자연스럽게 주변으로 흘러가 더 건강한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튼튼한 마음에도 환기가 필요해요

아무리 창문을 닫고 외부 공기를 차단해도, 실내에는 먼지가 쌓이고 공기는 탁해지기 마련입니다. 마음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마음의 선을 긋고 나를 지키려 노력해도, 어쩔 수 없이 다른 사람의 감정의 먼지들이 마음속에 들어와 쌓이게 됩니다.

따라서 주기적으로 마음의 창문을 활짝 열고 환기를 시켜주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당신이 믿고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와 실컷 수다를 떠는 것도 좋고, 오늘의 감정을 솔직하게 글로 적어보는 것도 훌륭한 환기 방법입니다.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춤을 추거나, 힘껏 소리를 지르거나, 땀을 흠뻑 흘리며 운동하는 것처럼 몸을 움직여 감정의 찌꺼기들을 털어내는 것도 좋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감정들을 내 안에 담아두고 썩히지 않는 것입니다. 탁한 공기를 밖으로 내보내고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시듯, 정기적으로 마음을 정화해주세요.

당신은 날씨를 바꾸는 사람이 아니라, 무지개를 띄우는 사람

기억하세요. 당신은 다른 사람의 마음속에 부는 비바람을 멈추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럴 필요도 없습니다.

당신의 역할은 그 비바람 속에서 꿋꿋하게 당신만의 우산을 펼쳐 들고, 비가 그친 뒤 떠오를 무지개를 기다리는 것입니다.

어쩌면 당신은, 먹구름 가득한 세상에 당신만의 작은 무지개를 띄우는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다른 사람의 어둠에 물드는 대신, 당신 고유의 빛을 조용히 밝히는 사람.

당신의 그 평온하고 단단한 존재감 자체가, 거친 감정의 파도 속에서 힘들어하는 누군가에게는 작은 등대가 되어줄 수 있습니다.

이제 다른 사람의 날씨를 살피느라 쏟았던 에너지를 거두어, 당신의 마음밭을 가꾸는 데 사용하세요. 그곳에 당신이 좋아하는 꽃을 심고, 작은 텃밭을 일구세요.

당신의 마음이 풍요로워질 때, 당신은 더 이상 다른 사람의 감정에 휘둘리는 연약한 존재가 아니라, 세상에 따뜻한 온기를 나누어주는 단단한 사람이 될 것입니다.

당신의 마음은 당신의 것입니다. 세상 그 누구도 함부로 들어와 흙발로 밟고 지나가도록 허락하지 마세요. 당신은 당신의 가장 소중한 마음을 지킬 힘과 권리를 가진, 세상에 단 하나뿐인 귀한 존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