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선택이 계속 후회될 때 나를 용서하는 법

어느새 바람 끝이 서늘해진 9월입니다.

가만히 창밖을 바라보다가, 혹은 익숙한 길을 걷다가, 문득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을 때가 있을 거예요.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괜찮다고 애써 믿었는데 말이죠.

기어코 다시 떠오르는 그날의 기억. 그때 했던 말, 혹은 끝내 하지 못했던 말. 그때의 선택, 혹은 붙잡지 못했던 기회.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머릿속 영화관에 상영됩니다.

‘아, 그때 내가 왜 그랬을까.’

‘그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지금쯤 모든 게 달라졌을 텐데.’

이런 생각이 한번 시작되면 꼬리에 꼬리를 뭅니다. 그렇게 이어진 생각의 소용돌이는 오늘 하루를 통째로 집어삼켜 버립니다.

애써 웃어 보지만 마음 한구석은 돌덩이를 얹은 듯 무겁고,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할 나만의 감옥에 갇힌 기분일 겁니다.

이 글은 바로 그런 당신을 위해 쓰였습니다. 세상 모든 사람이 괜찮다고 말해도, 나 자신만큼은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당신의 지친 마음을 가만히 안아주기 위해 시작합니다.

후회라는 오래된 필름

우리 마음속에는 아주 오래된 필름 영사기가 한 대 있습니다.

평소에는 조용히 먼지가 쌓여 있다가, 어느 날 문득 ‘그때’와 비슷한 장면, 비슷한 감정이 스쳐 지나가면 어김없이 삐걱거리며 돌아가기 시작하죠.

그 필름의 제목은 바로 ‘후회’입니다.

필름은 계속해서 가장 아팠던 장면, 가장 부끄러웠던 장면만을 집요하게 골라 반복해서 보여줍니다.

주인공은 언제나 ‘과거의 나’입니다.

우리는 스크린 속 어설프고 미숙했던 나를 보며 한숨을 쉬고, 머리를 쥐어뜯고, 가슴을 칩니다.

‘저기서 저렇게 말하면 안 되는데!’

‘제발, 그 길로 가면 안 된다고!’

아무리 소리쳐 보지만, 영화의 결말은 단 한 번도 바뀌지 않습니다.

한없이 바보 같고, 한심해 보이는 과거의 나.

그 모습을 몇백 번이고, 몇천 번이고 되돌려 보는 일.

그것이 바로 후회의 정체입니다.

우리는 왜 이토록 스스로를 괴롭히는 이 영화 상영을 멈추지 못하는 걸까요?

어쩌면 이것은 우리 마음이 우리를 보호하려는 서투른 노력일지도 모릅니다.

‘다시는 이런 실수를 반복하지 마.’

‘다시는 그때처럼 아프지 마.’

마치 아이에게 뜨거운 주전자를 절대 만지지 말라고 계속해서 주의를 주듯이, 마음이 우리에게 보내는 아픈 신호인 셈입니다.

그만 아프고 싶어서,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

그래서 우리는 아픈 줄도 모르고 자꾸만 그 오래된 필름을 돌려보고 있었던 겁니다.

하지만 이제는 알아야 합니다.

같은 영화를 천 번, 만 번 본다고 해서 주인공이 다른 선택을 하지는 않는다는 것을요.

오히려 영화를 계속 볼수록, 우리의 오늘은 스크린 속 과거에 갇혀 빛을 잃어간다는 사실을요.

이제는 영사기의 전원을 잠시 꺼둘 시간입니다.

그 영화는 충분히, 아주 충분히 많이 봤으니까요.

그땐 그게 최선이었어요

지금의 당신과 그때의 당신은 다른 사람입니다.

이 말을 들으면 조금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사실입니다.

지금의 당신은, 그 일이 있고 난 후의 모든 결과를 알고 있습니다.

어떤 선택이 어떤 아픔을 가져왔는지, 누구의 말이 상처가 되었는지, 그 길이 결국 어디로 이어졌는지 전부 다 알고 있죠.

마치 모든 정답이 적힌 해설지를 손에 든 사람과 같습니다.

하지만 그때의 당신은 어땠나요?

해설지 없이, 맨몸으로 문제지를 처음 받아 든 사람이었습니다.

그때 당신이 가졌던 정보는 아주 제한적이었습니다.

그때 당신이 느꼈던 감정은 지금보다 훨씬 더 혼란스럽고 복잡했을 겁니다.

그때 당신을 둘러싼 상황은 당신을 더 불안하게 만들었을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너무 어려서, 혹은 너무 지쳐서, 혹은 너무 외로워서 다른 선택지를 돌아볼 마음의 여유조차 없었을 겁니다.

우리는 자꾸만 지금의 지혜와 경험, 그리고 모든 결과를 아는 시점으로 과거의 나를 재단하려 합니다.

‘나라면 절대 그렇게 안 했을 텐데.’

‘조금만 더 신중하게 생각해 봤으면 됐잖아.’

이것은 마치 대학생이 초등학생에게 왜 이렇게 쉬운 수학 문제를 틀렸냐고 다그치는 것과 같습니다.

그때의 나에게는, 그 문제가 세상에서 가장 어렵고 막막한 문제였습니다.

그때의 나는, 자신이 가진 모든 지식과 경험, 감정을 총동원해서 가장 최선이라고 믿는 답을 적어냈을 뿐입니다.

설령 그 답이 결국 오답이었다고 해도, 문제를 풀기 위해 애썼던 그 마음까지 틀린 것은 아닙니다.

그 누구보다 잘하고 싶었고, 그 누구보다 상처받고 싶지 않았던 그때의 당신을 기억해주세요.

서툴렀지만, 온 힘을 다해 자신의 삶을 살아내려 애썼던 그 마음을요.

그걸 알아주는 것만으로도, 과거의 나는 조금쯤 위로받을 수 있을 겁니다.

선택하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

우리는 종종 선택하지 않은 길을 실제보다 훨씬 더 아름답게 상상하곤 합니다.

마치 동화 속에 나오는 꽃길처럼, 그 길을 갔더라면 아무런 문제도, 슬픔도 없이 오직 행복만이 가득했을 거라고 믿어버리죠.

그 길 위에는 더 좋은 사람, 더 좋은 기회, 더 나은 내가 환하게 웃고 있을 것만 같습니다.

그래서 지금 내가 걷는 이 길이 더욱 초라하고 힘들게 느껴집니다.

끝없는 자갈밭 같고, 가파른 오르막길 같고, 심지어 차가운 비까지 내리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우리가 선택하지 않은 그 길에도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는 자갈밭과 오르막길이 있었을 겁니다.

그 길에서 만났을지 모를 사람에게 다른 종류의 상처를 받았을 수도 있고, 그 길에서 얻었을지 모를 기회 때문에 또 다른 소중한 무언가를 포기해야 했을지도 모릅니다.

세상에 완벽한 길, 완벽한 선택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어떤 길을 선택하든, 우리는 무언가를 얻는 동시에 무언가를 잃게 됩니다. 그것이 선택의 본질입니다.

우리가 미련을 갖는 것은 ‘선택하지 않은 길’ 그 자체가 아니라, 그 길에 대해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낸 ‘완벽한 환상’ 때문입니다.

지금의 힘듦을 피하고 싶은 마음이, 과거의 다른 선택지에 온갖 좋은 것들을 덧칠해 버리는 것이죠.

하지만 당신이 지금 걷고 있는 이 길을 한번 찬찬히 둘러보세요.

분명 힘들고 아팠던 순간도 많았을 겁니다.

하지만 그 길 위에서만 배울 수 있었던 것들이 분명히 있습니다.

그 아픔을 겪었기에 더 단단해진 마음이 있고, 그 실수를 했기에 더 지혜로워진 부분이 있습니다. 그 길 위에서만 만날 수 있었던 작은 기쁨과 소중한 인연도 있었을 거고요.

우리가 지금부터 해야 할 일은, 가보지 않은 길을 하염없이 돌아보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 내가 두 발을 딛고 서 있는 이 길 위에, 작은 들꽃 한 송이라도 피워내기 위해 노력하는 것입니다.

‘이 길도 꽤 괜찮은 길이었어.’ 언젠가 웃으며 말할 수 있도록 말이죠.

과거의 나에게 말을 걸어보는 시간

마음이 너무 힘들 땐, 조용한 곳에서 눈을 감고 과거의 한 장면으로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요?

후회로 가득한 바로 그날, 그 순간으로요.

그리고 잔뜩 겁에 질려 있거나, 어쩔 줄 몰라 하고 있거나, 혹은 잘못된 선택을 막 하려는 ‘과거의 나’를 가만히 바라봐 주세요.

지금의 당신이, 그때의 당신 앞에 나타나는 겁니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목소리로 말을 걸어주는 거예요.

절대 다그치거나 비난해서는 안 됩니다. 마치 길을 잃고 울고 있는 어린아이를 대하듯이, 조심스럽고 다정하게 다가가야 합니다.

“많이 무서웠구나.”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하나도 몰랐구나.”

“괜찮아. 그럴 수 있어. 그럴 수 있었어.”

“네가 왜 그랬는지 이제는 알아. 충분히 이해해.”

“혼자서 그 모든 걸 결정하느라 정말 힘들었겠다.”

“애썼어. 정말로 애썼어.”

그 아이의 눈을 보고, 꼭 안아주세요. 괜찮다고, 다 괜찮다고 등을 토닥여 주세요.

그때는 아무도 해주지 않았던 위로의 말을, 세상에서 유일하게 모든 것을 아는 지금의 당신이 해주는 겁니다.

그 아이는 어쩌면 참았던 울음을 터뜨릴지도 모릅니다.

오랫동안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던 자신의 마음을 비로소 이해해 주는 존재를 만났으니까요.

그 눈물은 부끄러움이나 자책의 눈물이 아닙니다. 드디어 위로받고, 이해받고, 수용받는 안도의 눈물입니다.

이것은 단순한 상상이 아닙니다. 우리 뇌는 신기하게도, 실제 경험과 생생한 상상을 잘 구분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과거의 나를 자주 만나 안아주고 위로해주다 보면, 아프기만 했던 그 기억 위에 따뜻한 온기가 덮어씌워지기 시작합니다.

기억 자체가 사라지지는 않지만, 기억에 날카롭게 박혀 있던 감정의 가시가 조금씩 무뎌지는 것을 느끼게 될 겁니다.

더 이상 과거의 나는 당신을 괴롭히는 존재가 아닙니다. 당신이 보듬어주고 안아주어야 할, 마음속의 상처 입은 어린아이가 되어줄 것입니다.

용서는 완벽이 아니에요

우리는 ‘용서’라는 말을 들으면 아주 거창하고 완벽한 상태를 떠올립니다.

마치 마음에 있던 응어리가 한순간에 싹 사라지고, 다시는 그 일이 떠오르지 않는 깨끗하고 평온한 상태가 되어야만 할 것 같죠.

그래서 우리는 쉽게 ‘나를 용서한다’는 말을 하지 못합니다.

‘아직도 그때 생각만 하면 화가 나는데, 어떻게 용서해?’

‘여전히 미련이 남았는데, 이건 용서가 아니야.’

스스로에게 너무 높은 기준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입니다.

하지만 진정한 용서는 그런 것이 아닙니다. 용서는 감정을 지우는 마법이 아닙니다.

용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아가기로 결심하는 마음에 가깝습니다.

후회스러운 마음이 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의 나를 더 이상 괴롭히지 않기로 선택하는 것입니다.

아픈 기억이 떠오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기억 속에 나를 가두지 않기로 다짐하는 것입니다.

마치 흐린 날과 같습니다. 용서했다고 해서 마음의 하늘이 매일같이 쨍하게 맑을 수는 없습니다.

어떤 날은 괜찮다가도, 어떤 날은 또다시 후회라는 먹구름이 몰려와 차가운 비를 뿌릴 수 있습니다.

그럴 때 ‘나는 아직 용서하지 못했구나’라며 자책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저 ‘아, 오늘 내 마음의 날씨는 흐리구나’ 하고 알아차려 주면 됩니다. 그리고 조용히 우산을 펼쳐 들고, 그 비가 그치기를 기다려주면 됩니다.

비는 언젠가 반드시 그치니까요.

용서는 단 한 번의 이벤트가 아니라, 계속해서 마음을 돌보는 과정입니다.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고, 더러워지면 다시 닦아내는 과정의 연속이죠.

완벽하게 용서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내려놓으세요.

오늘 하루, 단 1분이라도 과거의 나를 향한 미움 대신 따뜻한 시선을 보내주었다면, 그것만으로도 당신은 충분히 용서의 길을 걷고 있는 것입니다.

아주 작은 것부터 시작해요

과거의 후회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마음이 들 때, 우리는 너무 큰 목표를 세우기 쉽습니다.

‘다시는 그때 일을 떠올리지 않겠어!’

‘이제부터 완벽하게 새로운 사람으로 살 거야!’

하지만 이런 거창한 다짐은 오히려 우리를 더 지치게 만들고, 작은 실패에도 쉽게 좌절하게 만듭니다.

마치 온몸을 묶은 무거운 쇠사슬을 한 번에 끊어내려는 것처럼, 너무 많은 힘이 들어가기 때문이죠.

쇠사슬을 한 번에 끊어낼 수는 없습니다. 대신, 아주 작은 고리 하나에 기름칠을 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겁니다.

후회스러운 생각이 불쑥 찾아올 때, 그 생각과 싸우려 하지 마세요.

‘이런 생각 하면 안 돼!’라고 억누를수록, 생각은 더 크게 부풀어 오르는 풍선과 같습니다.

대신, 그 생각이 찾아온 것을 조용히 알아차려 주세요.

‘아, 또 그 생각이 찾아왔구나.’

마치 역에 잠시 멈췄다 떠나는 기차를 플랫폼에서 바라보듯이, 그 생각을 가만히 지켜보는 겁니다. 굳이 올라타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그리고 아주 작은 행동으로 당신의 주의를 ‘지금, 여기’로 가져오세요.

예를 들면 이런 것들입니다.

손에 쥔 컵의 따뜻한 온도를 오롯이 느껴보기.

창밖으로 보이는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을 5초간 바라보기.

의자에서 일어나 가볍게 기지개를 켜보기.

시원한 물 한 잔을 아주 천천히, 목넘김을 느끼며 마셔보기.

지금 내 코로 들어오고 나가는 숨의 감각에 잠시 집중해보기.

이런 아주 사소하고 작은 행동들이, 과거로 폭주하려는 마음의 고삐를 부드럽게 잡아당겨 현재로 데려와 줍니다.

과거에 대한 후회는 거대한 파도와 같습니다. 그 파도에 맞서 싸우려 하면 금방 지쳐 휩쓸리고 맙니다.

하지만 우리는 파도의 방향을 바꾸는 대신, 지금 당장 내 발밑의 부드러운 모래 감촉에 집중할 수는 있습니다.

이 작은 감각들이 모여, 당신을 현재라는 단단한 땅 위에 서 있을 수 있게 해주는 든든한 닻이 될 것입니다.

오늘의 햇살을 느끼는 연습

후회는 과거에 사는 병입니다.

우리의 몸은 지금 여기에 있지만, 마음만은 자꾸만 과거의 어느 시간 속을 헤매고 다니는 것이죠.

과거에 갇힌 마음을 현재로 데려오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우리의 몸 감각을 깨우는 것입니다.

우리의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고, 언제나 ‘현재’에만 존재하니까요.

아주 간단한 연습을 하나 해볼까요?

햇살이 좋은 날이라면, 잠시 창가로 가서 뺨에 와 닿는 햇살의 따스함을 느껴보세요. 어떤 느낌인가요? 포근한가요, 아니면 조금 뜨거운가요?

바람이 부는 날이라면, 바람이 머리카락과 옷깃을 스치고 지나가는 감각에 집중해보세요.

저녁을 먹을 때는, 음식의 맛을 온전히 느껴보는 겁니다. 첫입을 씹을 때의 식감, 혀에 퍼지는 맛, 코로 느껴지는 향기까지. 늘 하던 대로 허겁지겁 삼키는 것이 아니라, 한 끼의 식사를 통해 현재를 만나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좋아하는 음악을 들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냥 배경음악처럼 흘려보내는 대신, 잠시 눈을 감고 피아노 소리나 드럼 소리 등 하나의 악기 소리에만 귀를 기울여보세요. 전에는 들리지 않았던 새로운 소리가 당신을 찾아올지도 모릅니다.

이런 연습들은 너무나 사소해서, ‘이게 무슨 도움이 될까?’ 싶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마치 기력이 약해진 마음에 매일 영양제를 챙겨 먹이는 것과 같습니다.

후회와 자책으로 가득했던 마음에, ‘현재의 기쁨’이라는 작고 소중한 영양분을 꾸준히 공급해주는 일이죠.

우리가 과거의 어둠 속을 헤맬 때, 사실 우리 주변에는 늘 오늘의 햇살이 비치고 있었습니다. 다만 우리가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했을 뿐입니다.

이제부터라도 의식적으로, 하루에 단 몇 분이라도 오늘의 햇살을, 오늘의 바람을, 오늘의 맛과 향기를 느끼는 연습을 해보세요.

현재에 머무는 힘이 길러질수록, 과거의 그림자는 자연스럽게 옅어질 것입니다.

후회 속에 숨겨진 선물

모든 후회는 아프고 괴롭습니다.

하지만 그 깊은 어둠 속을 잘 들여다보면, 아주 작은 선물이 숨겨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것은 바로 ‘내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인지’ 알려주는 이정표입니다.

만약 당신이 과거에 누군가에게 상처 주는 말을 했던 것을 후회한다면, 그것은 당신이 ‘사람 사이의 따뜻한 관계’를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인지를 보여줍니다.

만약 당신이 어떤 도전을 포기했던 기회를 놓친 것을 후회한다면, 그것은 당신 마음속에 ‘도전하고 성장하고 싶은 열망’이 얼마나 크게 자리 잡고 있는지를 알려줍니다.

만약 당신이 힘든 친구의 곁을 지켜주지 못했던 것을 후회한다면, 당신은 ‘의리와 사랑’을 삶의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후회는 그저 우리를 괴롭히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 영혼의 나침반과도 같습니다.

‘이쪽은 네가 가고 싶은 길이 아니야.’

‘네가 정말 원하는 건 바로 저 방향이란다.’

아픈 방식으로, 서툰 방식으로 우리에게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계속해서 알려주고 있었던 겁니다.

그러니 이제는 후회에게 이렇게 물어봐 주세요.

“네가 나에게 정말로 하고 싶었던 말은 뭐니?”

“이 아픔을 통해 내가 무엇을 배우길 원하니?”

후회를 없애야 할 원수처럼 대하는 대신, 길을 잃은 나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전해주러 온 조금 까칠한 손님처럼 대해보는 겁니다.

그 후회가 알려준 나의 소중한 가치를 발견했다면, 이제 그 가치를 앞으로의 삶에서 실현하며 살아가면 됩니다.

관계에 대한 후회가 있다면 앞으로 만나는 사람들에게 좀 더 따뜻한 말을 건네려 노력할 수 있습니다.

도전에 대한 후회가 있다면, 아주 작은 것이라도 좋으니 새로운 것을 배우는 일에 용기를 내볼 수 있습니다.

그렇게 과거의 후회는 더 이상 우리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아니라, 앞으로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주는 소중한 지도가 되어줄 것입니다.

이제, 당신의 계절을 맞이할 시간

가을이 오면 나무는 아무 미련 없이 잎을 떨굽니다.

여름 내내 자신의 모든 것이었던 푸른 잎들을 기꺼이 떠나보냅니다.

만약 나무가 떨어진 잎들을 아까워하며 다시 주워 붙이려 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나무는 결국 혹독한 겨울을 나지 못하고, 새로운 봄을 맞이할 수도 없을 겁니다.

오래된 것을 떠나보내야만, 그 자리에 새로운 싹이 돋아날 수 있습니다.

우리의 마음도 자연과 같습니다.

과거의 후회라는 낡은 잎을 계속 붙들고 있으면, 마음의 겨울은 영원히 끝나지 않습니다.

새로운 기쁨, 새로운 인연, 새로운 기회라는 봄의 새싹이 돋아날 자리가 없게 되죠.

과거의 나를 용서한다는 것은, 그 낡은 잎을 부드럽게 놓아주는 행위와 같습니다.

그 잎이 한때는 푸르고 빛났다는 것을, 그리고 나름의 역할을 다했다는 것을 인정해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제는 새로운 계절을 맞이할 때가 되었음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물론 잎을 떠나보내는 과정은 쓸쓸하고 아플 수 있습니다. 한동안은 앙상한 가지만 남은 내 모습이 초라하게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기억하세요.

그 앙상한 가지 속에서, 나무는 이미 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하지만 굳건하게 새 생명을 키워내고 있습니다.

당신도 마찬가지입니다.

과거의 후회를 놓아준다고 해서 당신의 일부가 사라지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경험을 자양분 삼아, 당신이라는 나무는 더욱 깊고 단단한 뿌리를 내리게 될 겁니다.

그리고 이전보다 훨씬 더 아름답고 풍성한 잎을 피워내는, 당신만의 새로운 계절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바로 지금이, 그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종종 과거의 한 사건이 내 인생 전체를 규정해버린다고 생각합니다.

마치 책의 한 페이지에 생긴 지울 수 없는 얼룩 때문에, 책 전체가 망가졌다고 여기는 것처럼요.

하지만 그 얼룩은 당신이라는 두꺼운 책의 수많은 페이지 중 단 한 페이지에 불과합니다.

그 뒤에는 아직 아무것도 쓰이지 않은, 무수히 많은 새하얀 페이지들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당신은 앞으로 그 페이지들에 어떤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싶으신가요?

과거의 얼룩에 대한 변명으로 남은 페이지들을 채우시겠습니까?

아니면 그 얼룩마저도 이야기의 일부로 끌어안고, 더 흥미롭고 깊이 있는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가시겠습니까?

선택은 온전히 당신에게 달려 있습니다.

과거의 나를 용서하는 것은, 그 얼룩진 페이지를 찢어버리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페이지 옆에 이렇게 포스트잇을 붙여주는 일에 가깝습니다.

‘그때는 그럴 수밖에 없었지. 하지만 이 경험 덕분에 나는 더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어.’

그렇게 당신의 이야기는 부끄러운 실패담이 아니라, 아픔을 딛고 성장하는 한 사람의 위대한 성장기가 됩니다.

이제 그만 그 얼룩진 페이지만 들여다보는 것을 멈추고, 조심스럽게 다음 페이지를 넘겨보세요.

어쩌면 당신이 상상하지도 못했던 멋진 이야기의 시작이, 바로 다음 문장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당신이라는 책은, 여전히 쓰여지고 있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소중한 이야기입니다.

부디, 그 이야기의 작가인 당신 스스로를 조금 더 믿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