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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femental

내 마음 둘 곳 하나 없는 것 같아 막막할 때

김민지 · · 7분 소요

“집에 왔는데, 왜 집에 가고 싶을까요?”

현관문을 열고 들어와 가방을 내려놓는 순간, 털썩 주저앉고 싶은 충동을 느껴본 적 있으신가요? 분명 내 방, 내 침대 위에 누웠는데도 마음 한구석이 뻥 뚫린 것처럼 시리고 휑한 기분 말이에요.

“집에 가고 싶다…”

집에 있으면서도 입버릇처럼 이런 말을 중얼거린다면, 당신은 지금 ‘공간의 부재’가 아니라 ‘마음의 안식처의 부재’를 겪고 있는 건지도 모릅니다. 물리적인 몸은 쉴 곳을 찾았지만, 정작 가장 여리고 지친 ‘내 마음’은 그 어디에도 발붙이지 못한 채 거리를 서성이고 있는 것이죠.

마치 세상이라는 거대한 바다 위에 나라는 작은 뗏목 하나가 정처 없이 떠다니는 기분. 닻을 내리고 정박하고 싶지만, 닻을 내릴 땅이 보이지 않는 막막함. 그 고립감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짐작조차 하기 힘든 깊은 외로움입니다.

오늘은 이렇게 ‘마음 둘 곳 없어 서러운’ 당신을 위해, 우리가 잃어버린 마음의 집주소를 다시 찾아가는 이야기를 해보려 해요.


1. 우리는 왜 ‘마음의 노숙자’가 되었을까?

어느 날 갑자기 마음이 붕 뜬 게 아닙니다.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조금씩, 내 마음이 머물 자리가 사라져 왔을 거예요. 심리학적으로 보면 이런 ‘정서적 무주택’ 상태에는 몇 가지 뚜렷한 원인이 있어요.

① ‘내 기분’보다 ‘남의 기분’이 더 중요한 삶

생각해 보면 우리는 아주 오랫동안 타인의 영토에서 살아왔습니다. “엄마 기분은 어때?” “부장님 기분이 좀 괜찮나?” “친구가 혹시 나 때문에 상처받진 않았을까?”

하루 종일 남의 눈치, 남의 감정, 남의 기대를 살피느라 정작 내 마음이 어떤지는 들여다볼 겨를이 없었죠. 내 마음의 방을 다른 사람들을 위한 게스트하우스로 내어주느라, 정작 집주인인 내가 쉴 안방은 창고처럼 변해버린 겁니다. 내가 나를 소외시키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마음은 갈 곳을 잃습니다.

② ‘조건부 수용’에 익숙해진 마음

“성공하면 쉴 자격이 생길 거야.” “살을 빼면 나를 사랑해 줄 거야.” “착한 사람이 되어야 환영받을 수 있어.”

우리는 스스로에게조차 쉴 자격을 엄격하게 제한해 왔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초라하고 지친 모습으로는 내 마음속에조차 들어올 수 없다고 문전박대를 해온 건 아닐까요? 성과를 내야만, 완벽해야만, 착해야만 받아주는 집이라면, 그 누구라도 마음 편히 쉴 수 없을 겁니다. 당신의 마음이 당신을 피해 밖으로 겉도는 이유는, 당신이 너무 엄격한 집주인이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③ 연결감의 단절

SNS 속에서는 수백 명과 연결되어 있지만, 정작 새벽 2시에 “나 너무 힘들어”라고 전화할 사람은 단 한 명도 떠오르지 않는 현실. 얕고 넓은 관계 속에서 우리는 ‘이해받는다’는 느낌, 즉 ‘깊은 연결감’을 잃어버렸습니다. 사람은 누군가에게 온전히 수용되는 경험을 할 때 비로소 ‘여기가 내 자리구나’ 하는 안도감을 느낍니다. 그 경험의 부재가 마음을 떠돌게 만듭니다.


2. 마음을 닻 내리게 하는 ‘정서적 그라운딩(Grounding)’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다시 내 마음에 돌아와 쉴 수 있을까요? 억지로 “편안해지자, 안정감을 찾자”라고 다짐한다고 해결될 일은 아닙니다. 붕 뜬 마음을 땅으로 끌어내리는 구체적이고 감각적인 연습이 필요해요.

① 나만의 ‘안전 기지(Safe Base)’ 만들기

거창한 공간이 필요 없어요. 내 마음이 무장해제될 수 있는 아주 작은 물리적, 심리적 공간을 확보하는 것부터 시작하세요.

  • 물리적 공간: 방 안의 작은 구석, 좋아하는 카페의 특정 창가 자리, 혹은 매일 걷는 산책로의 벤치 하나라도 좋아요. 그곳에 있을 때만큼은 스마트폰도 끄고, 세상의 소음도 차단한 채 오직 ‘나’로만 존재하세요. 그 공간을 나만의 성역(Sanctuary)으로 지정하는 겁니다.
  • 심리적 공간: 좋아하는 노래 리스트, 반복해서 읽는 책의 구절, 혹은 멍하니 바라보는 불멍 영상이라도 좋아요. 내가 돌아갈 수 있는 ‘변치 않는 대상’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② 감각으로 돌아오기 (5-4-3-2-1 기법)

마음이 둥둥 떠다닐 땐, 생각을 멈추고 감각으로 돌아와야 합니다. 지금 당장 닻을 내리는 가장 강력한 방법은 ‘몸’을 느끼는 거예요.

  • 눈으로 5가지 사물을 찾으세요. (저기 컵이 있네, 저기 시계가 있네…)
  • 피부로 4가지 감각을 느끼세요. (엉덩이에 닿는 의자의 느낌, 발바닥의 감촉…)
  • 귀로 3가지 소리를 들으세요. (컴퓨터 팬 소리, 밖의 차 소리…)
  • 코로 2가지 냄새를 맡으세요.
  • 입으로 1가지 맛을 느끼거나, 침을 삼켜보세요.

이 간단한 과정이 우주로 날아간 당신의 영혼을 지금 여기, 내 몸 안으로 다시 데리고 들어옵니다. 내 몸이야말로 내 마음이 거주하는 가장 첫 번째 집이니까요.


3. 내가 나에게 ‘좋은 집주인’ 되어주기

이제 마음의 집을 리모델링 할 차례입니다. 남들을 위해 내어주느라 비좁아진 내 방을 다시 되찾아야 해요.

”오늘 하루는 어땠어?”라고 묻는 저녁 루틴

타인에게는 그렇게 잘 묻는 안부를, 왜 나에게는 묻지 않나요? 오늘 하루 밖에서 치이느라 고생한 나에게, 따뜻한 밥 한 끼 차려주듯 말을 걸어주세요. “오늘 그 사람 말 때문에 속상했지? 갈 곳 없이 서성이느라 고생했어. 이제 여기서는 푹 쉬어도 돼.” 나의 감정을 판단하거나 검열하지 않고, 그저 “그랬구나, 힘들었구나” 하고 받아주는 것. 바로 마음이 쉴 수 있는 ‘심리적 쿠션’을 만들어주는 일입니다.

완벽하지 않은 나를 위한 ‘방’을 마련하기

지질한 나, 질투하는 나, 게으른 나, 실패한 나… 이 못난이들도 들어와 쉴 수 있는 방을 하나 마련해 주세요. “멋진 모습일 때만 들어와”라고 문을 걸어 잠그면, 그 아이들은 영원히 밖에서 떨게 됩니다. “그래, 오늘은 좀 엉망이었어. 그래도 내 집에는 들어와도 돼.” 이 허락의 말 한마디가, 막막했던 당신의 마음에 등불 하나를 켜줄 거예요.


4.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마지막으로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요. 지금 마음 둘 곳 없어 서성이는 그 느낌, 당신만 겪는 유별난 고통이 아니라는 거예요. 우리는 모두 어른이라는 가면을 쓰고 씩씩한 척 살아가지만, 그 가면 뒤에는 저마다 길 잃은 어린아이 하나씩을 숨기고 살아가니까요.

어쩌면 지금 당신이 느끼는 그 외로움은, 이제 그만 바깥세상을 기웃거리고 ‘내 안’으로 돌아오라는 신호일지도 모릅니다. 밖에서 찾으려 했던 인정, 위로, 사랑… 그 모든 것은 사실 당신 안에 이미 준비되어 있는지도 몰라요.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의 눈빛, 스마트폰을 쥔 손의 온기, 조용히 오르내리는 가슴의 숨결. 그 모든 것이 살아있다는 증거이고, 당신이 존재한다는 증거입니다. 당신이 서 있는 그곳, 당신의 몸, 당신의 숨결. 그곳이 바로 당신이 가장 먼저 쉴 수 있는 집입니다.

오늘 밤은 부디, 당신의 마음이 당신 안에서 편히 다리를 뻗고 쉴 수 있기를. 빈 방에 홀로 누워 있어도, 당신이라는 우주 안에서는 결코 혼자가 아님을 기억해 주세요.


📚 심리학 연구 노트

“미국 심리학회(APA)의 최근 연구 자료에 따르면, 자신의 감정을 정확한 단어로 명명하는 ‘감정 라벨링(Affect Labeling)‘만으로도 뇌의 스트레스 반응이 즉각적으로 감소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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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기준 & 출처

본 콘텐츠는 학술 논문, 공인된 심리학 연구, 공공 보건 기관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되었습니다.

* 세이프멘탈 편집팀은 정확성과 객관성을 위해 정보를 꼼꼼히 비평하지만, 전문 의료인의 직접적인 감수를 거치지 않은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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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지

이유 모를 불안감으로 힘들었던 시절, 심리학 책에서 위로를 받았습니다. 그때부터 마음의 작동 원리를 파고들기 시작했습니다. 어려운 학술 용어보다는, 제가 직접 위로받았던 문장들과 실질적인 치유의 지식들을 독자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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