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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 무기력 극복하는 최소한의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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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우 · · 5분 소요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 무기력 극복하는 최소한의 방법

내 마음의 차단기가 내려갔다

스마트폰 충전기를 꽂아도 충전이 안 될 때가 있죠? 지금 당신의 상태가 딱 그렇습니다. 해야 할 일은 태산인데, 몸은 물에 젖은 솜이불처럼 무겁고, 머릿속은 뿌연 안개가 낀 것처럼 멍합니다. “씻어야 하는데…” 라고 생각만 하고 3시간째 누워있는 자신을 보며 한심하다는 생각까지 듭니다.

하지만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당신은 지금 ‘게으른’ 게 아닙니다. 너무 오랫동안 과부하가 걸린 채로 달리다 보니, 마음의 두꺼비집(차단기)이 내려간 겁니다. 생존을 위한 우리 몸의 ‘강제 종료(Shut down)’ 시스템입니다. 그러니 자책이라는 채찍질은 그만 멈추세요. 지금 필요한 건 채찍이 아니라 충전이니까요.


1. 의지를 믿지 마세요, ‘뇌’를 속이세요

무기력할 때 가장 흔한 실수가 “의지를 가지고 일어나자!”라고 다짐하는 겁니다. 하지만 무기력 상태에서는 뇌의 전두엽(의사결정과 의지를 담당하는 부위) 기능이 현저히 떨어져 있습니다. 의지를 낼 수 없는 상태에서 의지를 내라고 하는 건, 다리 부러진 사람에게 뛰라고 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럴 땐 의지가 아니라 ‘신체 감각’을 이용해 뇌를 속여야 합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행동 활성화(Behavioral Activation)‘라고 부릅니다. 기분이 좋아져서 움직이는 게 아니라, 움직여야 기분이 좋아지는 원리입니다.

1 min
골든 타임

이불을 개는 데 걸리는 시간. 이 1분이 뇌를 깨웁니다.

기적의 5분 법칙

뇌과학적으로 우리 뇌는 ‘일단 시작하면’ 멈추기 싫어하는 관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작동 흥분(Work Excitement)’ 이론이라고 합니다. 하기 싫은 일도 딱 5분만 하면, 뇌 측좌핵이 자극받아 계속할 도파민을 내보냅니다.


2. 침대 위에서 할 수 있는 ‘마이크로 미션’

거창한 건 필요 없습니다. 에너지가 0인 상태에서도 할 수 있는, 아주아주 사소한 움직임부터 시작해 보세요.

① 손가락 발가락 꼼지락대기

일어나지 마세요. 그냥 누운 채로 손가락과 발가락만 잼잼 하듯 움직여 보세요. “내 몸의 말초신경이 살아있나?” 확인하는 겁니다. 이 작은 움직임이 뇌에 “어? 아직 죽지 않았네?”라는 신호를 보냅니다.

② “이불 킥” 대신 “이불 개기”

미 해군 대장 윌리엄 맥레이븐은 “세상을 바꾸고 싶다면 이불 정리부터 하라”고 했습니다. 일어나자마자 이불을 반듯하게 개는 데는 1분도 안 걸립니다. 하지만 이 작은 행동은 ‘오늘의 첫 번째 성취’가 됩니다. “적어도 나는 오늘 이불을 갠 사람이야.” 이 작은 성취감이 도파민을 아주 조금 생성하고, 그 도파민이 양치질을 할 힘을 줍니다.

③ 햇빛 샤워 (세로토닌 충전)

커튼을 10cm만 열어보세요. 창문을 아주 살짝만 열어보세요. 망막에 햇빛이 닿아야 우리 뇌는 ‘세로토닌(행복 호르몬)‘을 만들어냅니다. 무기력은 뇌 속 세로토닌이 고갈된 상태입니다. 광합성을 하는 식물처럼, 그냥 햇빛 아래 5분만 멍하니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뇌는 충전됩니다.


3. “그냥(Just)“의 힘

무기력한 사람들의 뇌는 생각이 너무 많습니다. “이거 해서 뭐 해?” “어차피 망할 텐데.” “귀찮아.” 이 생각의 고리를 끊는 유일한 단어는 “그냥”입니다.

  • 설거지가 쌓였네? -> (생각 없이) 그냥 하나만 씻자.
  • 씻기 귀찮네? -> (생각 없이) 그냥 물만 묻히자.

나이키의 슬로건 *‘Just Do It’*은 무기력 처방전입니다. 감정을 배제하고, 로봇처럼 기계적으로 몸을 움직이세요. 행동이 감정을 이깁니다. 일단 몸을 움직이면, 싫었던 마음도 스르르 사라지는 ‘작동 흥분’의 마법을 경험하게 될 겁니다.


4.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오늘 하루 종일 누워만 있었다고 해서 당신의 인생이 망하는 건 아닙니다. 우리는 농사가 아닌, 긴 여행을 하고 있으니까요. 비 오는 날은 잠시 동굴에서 쉬어가면 됩니다. 그리고 날이 개면 다시 걸어가면 됩니다.

당신은 고장 난 게 아니라, 잠시 멈춰 있는 겁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다는 것 자체가, 당신 안에 “다시 잘 살고 싶다”는 작은 불씨가 살아있다는 증거입니다.

그 불씨면 충분합니다. 오늘 딱 하나, 물 한 잔 마시는 것. 그것만 해도 당신은 아주 훌륭하게 하루를 이겨낸 겁니다. 부디, 당신의 무기력을 미워하지 말고 따뜻하게 재워주세요. 푹 쉬고 나면, 당신은 분명 다시 일어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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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우

명상과 요가를 가르치는 마인드풀니스 안내자.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추고 고요함을 찾는 법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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