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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한 미래 앞에서 평온함을 유지하는 마음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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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지 · · 6분 소요
불확실한 미래 앞에서 평온함을 유지하는 마음 연습

“안개 낀 고속도로를 달리는 기분”

시속 100km로 달려야 하는데, 앞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 짙은 안개 속에 갇힌 기분. 지금 당신의 마음이 그렇지는 않나요?

“이 길이 맞는 걸까? 가다 보면 낭떠러지가 나오는 건 아닐까?” “남들은 내비게이션을 보고 잘만 가는 것 같은데, 나만 길을 잃은 건 아닐까?”

열심히 살고는 있지만,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제대로 가고는 있는 건지 확신이 서지 않을 때. 우리는 깊은 막막함과 불안을 느낍니다. 특히 사회가 정해놓은 트랙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난 것 같을 때, 그 불안은 공포가 되어 우리를 잠식하죠.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불안하다는 것은 당신이 지금 ‘잘하고 싶다’는 간절한 열망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아무 생각 없이 사는 사람은 불안해하지 않으니까요. 오늘은 이 막막한 불확실성의 바다에서 길을 잃지 않고 평온하게 항해하는 법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1. 불안의 정체: “나는 신(God)이 되고 싶어 한다”

우리가 미래를 두려워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심리학적으로 보면 ‘통제 욕구(Desire for Control)’ 때문입니다. 우리는 내 삶의 모든 변수를 완벽하게 예측하고 통제하고 싶어 합니다. 그래야 안전하다고 느끼니까요.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 미래를 완벽하게 예측하는 것은 인간의 영역이 아닙니다. 내일 날씨도, 주식 시장도, 회사의 운명도, 심지어 내일 내 기분조차 우리는 100% 장담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신’의 영역인 미래를 ‘인간’인 내가 통제하려 들 때 필연적으로 고통받습니다.

“내년에 합격해야만 해!” (미래의 결과 = 통제 불가) “저 사람이 나를 좋아해야만 해!” (타인의 마음 = 통제 불가)

이 불가능한 미션을 붙들고 있으니, 마음은 늘 과부하가 걸릴 수밖에 없는 것이죠.


2. 스토아철학의 지혜: ‘통제의 이분법’

2천 년 전, 로마의 황제이자 철학자였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전쟁터 한복판에서도 평온함을 잃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의 비결은 바로 ‘통제의 이분법(Dichotomy of Control)‘이었습니다. 세상의 모든 일을 딱 두 가지로 나누는 것입니다.

  1. 내가 할 수 있는 것 (Internal): 나의 생각, 나의 태도, 나의 노력, 오늘 내가 보낼 시간.
  2. 내가 할 수 없는 것 (External): 타인의 평가, 결과(합격/불합격), 경제 상황, 지나간 과거, 아직 오지 않은 미래.

불안을 잠재우는 가장 강력한 주문은 이것입니다. “할 수 없는 것은 내버려 두고, 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한다.”

불확실한 미래(결과)는 내려놓고, 그 미래를 위해 오늘 내가 흘릴 땀방울(과정)만 꽉 쥐세요. ‘합격할 수 있을까?’ 대신 *‘오늘 30분 더 공부하자’*를 선택할 때, 둥둥 떠다니던 마음은 단단한 땅에 발을 딛게 됩니다.


3. 안갯속을 걷는 법: ‘발밑의 돌멩이’ 줍기

앞이 보이지 않는 안갯속에서 멀리 보려고 하면 할수록 어지럽기만 합니다. 그때 필요한 전략은 시선을 ‘내 발끝’으로 가져오는 것입니다.

거창한 10년 계획, 5년 계획이 당신을 짓누른다면, 과감하게 다 지워버리세요. 그리고 오늘 당장 주울 수 있는 ‘작은 돌멩이’ 하나에만 집중하세요.

  • 아침에 이불 개기
  • 따뜻한 물 한 잔 마시기
  • 책 5페이지 읽기
  • 하루 10분 산책하기

이 사소해 보이는 ‘오늘의 성공’들이 모여 ‘내일의 확신’을 만듭니다. 우리는 하루아침에 미래를 바꿀 수는 없지만, 오늘 하루의 기분은 바꿀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하루들이 쌓여 결국 미래가 됩니다. 100계단 위의 까마득한 정상을 보지 말고, 지금 당장 밟아야 할 첫 번째 계단만 보고 올라가세요.


4. ‘최악의 시나리오’와 마주 보기 (Negative Visualization)

불안이 극에 달할 때, 오히려 그 불안의 끝을 봐버리는 것도 방법입니다. “그래, 만약에 내가 실패한다고 치자. 그래서 최악의 경우에 어떻게 되지?”

  • “시험에 떨어지면? 다른 길을 찾거나 다시 도전하면 되지. 내 인생이 끝나나? 아니.”
  • “돈을 잃으면? 좀 불편하겠지만 다시 벌면 되지. 내가 굶어 죽나? 아니.”

막연한 유령은 무섭지만, 불 켜고 마주한 유령은 생각보다 별거 아닙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나는 결국 다시 일어설 것이다.” 이 믿음(회복탄력성)이 있다면, 어떤 불확실한 미래도 당신을 무너뜨릴 수 없습니다. 당신은 생각보다 훨씬 강한 존재니까요.


5. 희미한 빛이라도 충분합니다

망망대해에 떠 있는 배에게 필요한 건 대낮 같이 밝은 태양이 아닙니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방향을 알려주는 작은 등대 불빛 하나면 충분합니다.

당신에게 그 등대는 무엇인가요? 사랑하는 가족의 미소일 수도, 퇴근길의 떡볶이 한 컵일 수도, 혹은 품속에 간직한 작은 꿈일 수도 있습니다. 그 희미하지만 따뜻한 빛 하나만 있다면, 우리는 이 불확실성의 바다를 건너갈 수 있습니다.

지금 안개 속에 있다고 겁먹지 마세요. 안개가 짙다는 건, 곧 해가 뜬다는 증거이기도 하니까요. 오늘 당신이 내딛는 그 한 걸음이, 안개를 걷어내는 가장 위대한 바람이 될 것입니다.


🧠 뇌과학 연구 노트

“미국 매사추세츠 의과대학(UMass)의 존 카밧진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의 결과에 따르면, 하루 20분의 명상 실천만으로도 뇌의 편도체(불안 중추) 크기가 감소하고 전두엽(이성적 판단)의 활성도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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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지

10년 차 임상심리 전문가. 뇌과학과 심리학을 바탕으로 마음의 원리를 분석하고, 치유의 길을 안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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