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Safemental

행복의 기준을 자꾸 밖에서 찾게 되는 나에게

공유하기
김민지 · · 7분 소요
행복의 기준을 자꾸 밖에서 찾게 되는 나에게

“나만 빼고 다 잘 사는 것 같아”

잠들기 전, 습관적으로 켠 스마트폰 화면 속 세상은 너무나 화려합니다.

  • 입사 동기는 해외 휴양지에서 에메랄드빛 바다를 배경으로 칵테일을 마시고,
  • 고등학교 동창은 승진했다며 고급 명함을 찍어 올리고,
  • 건너편 자리 동료는 주식이나 가상화폐로 큰돈을 벌었다고 자랑합니다.

엄지손가락으로 화면을 넘길수록 내 방의 공기는 점점 차가워지고, 가슴 한구석에는 뻥 뚫린 듯한 공허함이 밀려옵니다. 방금 전까지 맛있게 먹었던 떡볶이가 초라해 보이고, 나의 소파가 낡아 보이기 시작합니다.

“나는 그동안 뭐 하고 살았지?” “내 인생은 왜 이렇게 시시할까?”

화려한 그들의 삶과 비루한 나의 일상이 오버랩되면서, 오늘 하루 열심히 살았다는 뿌듯함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깊은 패배감만이 남습니다. 우리는 이것을 사회심리학 용어로 ‘상대적 박탈감(Relative Deprivation)‘이라고 부릅니다. 내가 실제로 가난해서가 아니라, 남들과 비교했을 때 가난하다고 느끼는 주관적인 심리 상태입니다.

이 글에서는 행복의 기준을 타인에게 두는 것이 왜 우리의 영혼을 갉아먹는지 심리학적으로 알아보고, 비교 지옥에서 벗어나 나만의 단단한 행복을 구축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소개합니다.


1. 비교는 기쁨을 훔치는 도둑이다

미국의 제26대 대통령 시어도어 루즈벨트(Theodore Roosevelt)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Comparison is the thief of joy.” (비교는 기쁨을 훔치는 도둑이다.)

비교는 ‘절대적 가치’를 지워버리고, 모든 것을 ‘상대적 우열’로 평가하게 만듭니다. 내가 아무리 100점짜리 하루를 보냈어도, 옆 사람이 120점짜리 하루를 보냈다고 느끼는 순간 나의 행복은 0점이 되어버립니다.

쾌락 적응 (Hedonic Adaptation)의 함정

심리학에서는 ‘쾌락 적응’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우리가 간절히 원하던 것(승진, 새 차, 내 집 마련)을 얻더라도, 그로 인한 행복감은 오래가지 않고 금세 원래의 감정 상태로 돌아온다는 것입니다. 이를 ‘쾌락의 쳇바퀴(Hedonic Treadmill)‘라고도 합니다.

타인과 비교하여 더 좋은 것을 얻으려는 욕망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같습니다.

  • “옆집보다 더 큰 차를 사야지.” (성취) -> 행복함 (1개월 지속) -> “윗집은 외제차 샀네?” -> 불행 시작
  • “친구보다 연봉 더 받아야지.” (성취) -> 행복함 (3개월 지속) -> “후배가 사업 대박 났다네?” -> 불행 시작

이것은 끝이 없는 게임입니다. 레벨 99가 되어도, 레벨 100을 보며 불행해지는 게임입니다. 행복의 기준을 ‘외부’에 두는 한, 우리는 영원히 갈증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하이라이트 vs 비하인드 컷

스티브 퍼틱(Steven Furtick) 목사는 “우리는 타인의 하이라이트 씬과 나의 비하인드 씬을 비교하며 괴로워한다”고 말했습니다.

SNS에 올라오는 사진은 인생의 가장 빛나는 1초, 즉 철저히 편집된 ‘하이라이트’입니다. 그 사진 밖에는 그들의 고민, 다툼, 지루함, 냄새나는 일상이 존재합니다. 반면, 내가 겪는 내 인생은 지루하고, 찌질하고, 실수투성이인 과정이 모두 포함된 ‘풀 버전(Full version)’ 분량의 다큐멘터리입니다.

편집된 예고편과 편집 없는 생방송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애초에 불공정한 게임 아닐까요?


2. 수평적 비교를 멈추고 ‘수직적 비교’를 하라

비교 본능은 뇌에 깊이 각인된 생존 본능이라 완전히 없애기는 어렵습니다. 인류는 타인보다 뒤처지면 생존 위협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비교를 없애는 대신, 비교의 방향을 바꾸면 됩니다.

수평적 비교 (Horizontal Comparison)

나와 타인을 비교하는 것입니다. 이는 대부분 질투와 열등감, 혹은 우월감(이 또한 건강하지 않음)을 낳습니다.

  • “쟤는 벌써 과장인데 나는 아직 대리네.” (불행의 지름길)

수직적 비교 (Vertical Comparison)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를 비교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성장의 원동력이 되며, 건강한 자존감을 만들어 줍니다.

  • “작년의 나는 5분도 못 뛰었는데, 이제는 30분을 뛸 수 있네? 많이 건강해졌다.”
  • “3년 전에는 월세 걱정했는데, 지금은 전세로 옮겼구나. 나 정말 열심히 살았다.”

나의 유일한 경쟁자는 ‘어제의 나’ 뿐입니다. 어제보다 오늘 아주 조금이라도 나아졌다면, 혹은 뭔가를 깨달았다면, 당신은 성공적인 인생을 살고 있는 것입니다. 타인의 속도계(Speedometer)를 쳐다보느라 내 네비게이션(Navigation)을 놓치지 마세요.


3. 디지털 디톡스: 행복의 주도권 되찾기

외부의 소음이 너무 크면 내면의 소리가 들리지 않습니다. 행복의 기준을 다시 세우기 위해서는 잠시 세상과의 연결을 끊고, 나와 연결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① 하루 1시간 ‘로그오프’

퇴근 후 1시간, 혹은 잠들기 전 1시간만큼은 SNS를 끄세요. 스마트폰의 ‘방해 금지 모드’나 ‘수면 모드’를 활용하는 것도 좋습니다. 이 시간 동안에는 절대 타인의 삶을 엿보지 않습니다. 오직 나의 공기, 나의 냄새, 나의 공간에 집중하세요.

② 나만의 행복 리스트 작성하기 (The Happiness List)

남들이 “좋아요”를 눌러줄 만한 거창한 것(호캉스, 오마카세) 말고, 오직 내 감각이 좋아하는 것들을 적어보세요. 이것은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발굴하는 고고학 작업입니다.

  • 비 오는 날 맡는 흙냄새 (Petrichor)
  • 샤워 후 마시는 시원한 맥주 한 모금
  • 새로 빤 이불의 까슬까슬한 감촉
  • 퇴근길 버스 창가 자리에서 듣는 좋아하는 음악
  • 강아지의 발바닥 꼬순내

이런 행복들은 돈도 들지 않고, 경쟁할 필요도 없으며, 누구도 빼앗아 갈 수 없습니다. 이것이 바로 ‘절대적 행복’입니다.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라는 사실을 기억하세요.


4. ‘쾌락(Hedonia)‘을 넘어 ‘의미(Eudaimonia)‘로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을 두 가지로 구분했습니다.

  1. 헤도니아(Hedonia): 감각적 즐거움, 쾌락. 맛있는 음식, 쇼핑, 여행 등에서 오는 즐거움입니다. 강렬하지만 일시적이며, 금방 적응됩니다.
  2. 유다이모니아(Eudaimonia): 자아실현, 의미 있는 삶, 덕스러움.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하고 가치 있는 일을 할 때 느끼는 만족감입니다. 은은하지만 지속적입니다.

SNS가 보여주는 행복은 대부분 ‘헤도니아’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삶의 만족감은 ‘유다이모니아’에서 옵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누군가를 돕고, 새로운 것을 배움으로써 어제보다 성장하는 기쁨을 느낄 때 우리는 깊은 충만감을 느낍니다. 이는 명품 가방이 주는 기쁨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지금 바로 시작하는 연습

행복의 주도권을 타인에게 넘겨주지 마세요. 당신의 삶을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쇼’가 아닌, ‘직접 겪고 느끼는 여행’으로 만드세요.

타인의 시선이라는 감옥에서 탈출하여, 나만의 기준이라는 자유를 만끽하시길 바랍니다.

“남의 화려한 예고편에 기죽지 마세요. 당신의 다큐멘터리는 당신만의 속도대로, 가장 아름다운 결말을 향해 아주 잘 흘러가고 있으니까요.”


📚 심리학 연구 노트

“미국 심리학회(APA)의 최근 연구 자료에 따르면, 자신의 감정을 정확한 단어로 명명하는 ‘감정 라벨링(Affect Labeling)‘만으로도 뇌의 스트레스 반응이 즉각적으로 감소한다고 합니다.”


🔗 함께 읽으면 좋은 글

Share this insight

김민지

10년 차 임상심리 전문가. 뇌과학과 심리학을 바탕으로 마음의 원리를 분석하고, 치유의 길을 안내합니다.

작성자의 모든 글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