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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소음 속에서 내 마음의 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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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지 · · 5분 소요
세상의 소음 속에서 내 마음의 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

“나는 지금 누구의 인생을 살고 있나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스마트폰을 확인합니다. 밤새 쌓인 카톡, 인스타그램 스토리, 쏟아지는 뉴스 기사들… 세상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거대한 소음(Info-demic)을 쏟아냅니다. 친구의 승진 소식에 조급해하고, 유행하는 밈(Meme)을 모르면 뒤쳐진 것 같아 불안해하며, 알고리즘이 추천해 주는 영상을 멍하니 바라봅니다.

그러다 문득, 고요한 밤이 찾아오면 이상한 공허함이 밀려옵니다. “나 오늘 하루 종일 뭐 했지?” “이게 정말 내가 원해서 한 일들인가?”

내 목소리는 온데간데없고 타인의 목소리만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있는기분. 세상과는 초고속으로 연결(Connected)되어 있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나 자신’과는 연결이 끊어진(Disconnected) 상태. 현대인이 겪는 가장 흔하고도 치명적인 마음의 질병입니다.


1. 마음의 배터리가 방전된 진짜 이유

아무것도 하기 싫은 무기력증(Burnout)이 찾아왔을 때, 우리는 흔히 체력 탓을 합니다. 하지만 진짜 원인은 육체가 아니라 ‘정서적 소진’에 있습니다.

우리의 뇌는 정보를 처리할 때 에너지를 씁니다. 그런데 현대 사회는 뇌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과도한 정보를 끊임없이 주입합니다. “이것도 알아야 해!” “저것도 사야 해!” “이렇게 살아야 성공해!”

이 외부의 소음들이 내면의 소리를 덮어버리는 ‘노이즈 마스킹(Noise Masking)’ 현상이 일어납니다. 시끄러운 공사장 옆에서는 친구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듯, 세상의 소음이 너무 크면 *“나 좀 쉬고 싶어”, “나 이거 싫어”*라고 외치는 내 마음의 작은 속삭임은 묵살당합니다. 무기력은 그 작은 목소리가 보내는 최후의 파업 선언입니다. “네가 내 말을 안 들어주니, 나도 이제 더 이상 일하지 않을 거야.”라고요.


2. 세상의 볼륨을 줄여야 들리는 것들

잃어버린 내 목소리를 되찾으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물리적 차단’입니다.

① 디지털 단식 (Digital Fasting)

다이어트를 위해 음식을 끊듯, 뇌를 위해 정보를 끊어야 합니다. 주말 중 반나절, 아니면 퇴근 후 딱 2시간만이라도 스마트폰을 ‘비행기 모드’로 두거나 서랍 깊숙이 넣어두세요. 처음엔 금단 현상처럼 불안할 겁니다. 하지만 그 지루함(Boredom)을 견뎌내야 합니다. 뇌과학적으로 창의력과 자아 성찰은 ‘심심할 때’ 활성화되는 뇌 부위에서 나옵니다. 지루함은 나를 만나는 대기실입니다.

② 침묵(Silence)의 힘

의도적으로 소리가 없는 시간을 만드세요. 이어폰을 빼고 걷기, TV 끄고 밥 먹기, 아무 말 없이 10분간 멍때리기. 외부의 입력(Input)이 멈추면, 비로소 내부의 출력(Output)이 시작됩니다. 그때 불쑥 튀어나오는 생각이나 감정이 진짜 당신의 현재 상태입니다.


3. 내 마음의 주파수를 맞추는 튜닝(Tuning)

세상의 소음을 차단했다면, 이제 내 마음의 소리를 선명하게 수신할 차례입니다.

① ‘남의 욕망’ vs ‘나의 욕망’ 구분하기

무언가를 하고 싶거나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 때, 필터에 걸러보세요. “이거 진짜 내가 원하는 건가? 아니면 남들한테 좋아 보이려고 하는 건가?”

  • 예: “다이어트해야 해.” -> (왜?) -> “건강해지고 싶어서” (나의 욕망 O) / “날씬해야 예쁘니까” (타인의 시선 X) 타인의 욕망으로 가득 찬 인생은 아무리 화려해도 공허합니다. 내 욕망은 투박해도 꽉 찬 만족감을 줍니다.

② 감정 일기 쓰기 (Emotion Journaling)

거창한 일기가 아닙니다. 오늘 느낀 감정의 단어들을 채집해 보세요. “오늘 000 말을 듣고 짜증이 났다.” “점심때 먹은 커피가 맛있어서 행복했다.” 감정에 정확한 이름을 붙여주는 순간, 내 마음은 “주인이 드디어 내 말을 알아들었구나” 하고 안도하며 에너지를 회복하기 시작합니다.


4. 멈춰있는 게 아니라 ‘충전’ 중입니다

지금 아무것도 하기 싫다면, 아무것도 하지 마세요. 그건 당신이 게을러서가 아니라, 그동안 세상의 속도를 따라가느라 엔진이 과열되었기 때문입니다.

뜨거워진 엔진을 식히는 시간은 낭비가 아니라 필수적인 생존 전략입니다. 식물도 겨울에는 성장을 멈추고 뿌리를 단단히 내리는 데 집중합니다. 지금 당신의 멈춤은 더 깊이 뿌리내리기 위한 겨울잠과 같습니다.

세상의 알림 소리(Notification)는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 대신 당신의 가슴이 뛰는 소리, 숨 쉬는 소리에 귀 기울여 보세요. 가장 중요한 뉴스는 스마트폰 속이 아니라, 바로 당신 안에 있습니다.

오늘 하루는 세상에 응답하지 말고, 나 자신에게 응답하는 시간을 가져보시길 바랍니다.


📚 심리학 연구 노트

“미국 심리학회(APA)의 최근 연구 자료에 따르면, 자신의 감정을 정확한 단어로 명명하는 ‘감정 라벨링(Affect Labeling)‘만으로도 뇌의 스트레스 반응이 즉각적으로 감소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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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지

10년 차 임상심리 전문가. 뇌과학과 심리학을 바탕으로 마음의 원리를 분석하고, 치유의 길을 안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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